▲ 정규시즌에 극심한 부진을 겪은 오재원은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악몽에서 탈출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정규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두산 주장 오재원(34)이 마지막 순간 웃었다. 정규시즌 부진은 부진이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활약하며 주장의 체면을 세웠다. 포스트시즌 역사에서도 진군을 계속했다.

오재원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9번 2루수로 출전,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연장 10회 11-9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으로 2016년 이후 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사실 오재원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중용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정규시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시즌 98경기에서 타율이 0.164에 머물렀다. 당황스러운 성적이었다. 오히려 그 타율로 1군에서 98경기나 뛴 것이 용할 정도였다. 

수비에 장점이 있고, 리더십이 탁월한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런 부분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1·2차전 선발 2루수도 최주환이었다. 그러나 묵묵히 기회를 기다린 오재원은 결정적인 순간 빛나며 진가를 과시했다.

2차전 9회 대역전승은 오재원의 2루타라는 다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차전부터 선발로 기용된 오재원은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베테랑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3차전에서는 안정된 수비와 안타 하나로 팀 승리에 기여하더니, 4차전에서는 결정적 안타 2개 포함 3안타에 좋은 수비로 승리의 주역 중 하나가 됐다.

특히 7-8로 뒤진 5회 2사 만루에서 김상수를 두들겨 2타점 좌중간 안타를 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두산의 역전 득점이었다. 주먹을 불끈 쥔 오재원을 향해 두산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기다리던 캡틴이 드디어 돌아온 것을 환영하는 듯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9-8에서 9회 허경민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해 연장으로 넘어갔지만, 오재원은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돌렸다.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치고 살아나가 결승점의 발판을 놨다. 오재원은 정진호의 희생번트 때 3루에 갔고, 2사 후 오재일의 2루타 때 홈을 밟고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오재일은 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포스트시즌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오재원은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77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홍성흔 김동주 이종욱 박한이에 이어 역대 5위였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5개의 안타를 추가하며 종전 2위였던 팀 선배 김동주(81개)를 넘어 역대 2위에 올랐다. 이제 오재원 위로는 홍성흔(101개)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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