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는 리드오프, LG 홍창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선발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닝은 1회다. 아직 몸과 마음의 긴장이 다 풀리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1회를 잘 넘기면 괜찮을 것”이라는 지도자들의 말이 단골 레퍼토리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1회를 잘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수들은 자연히 1회 첫 타자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첫 타자를 내보내면 곧바로 중심타선과 이어져 실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도 선취점을 뽑는 팀의 승리 확률은 꽤 유의미하게 올라간다. 그런 측면에서 홍창기(28·LG)는 시작부터 상대 배터리를 굉장히 짜증나게 하는 선수다. 상대가 짜증이 난다는 것은, LG의 승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상징한다.

팀의 리드오프로 자리를 굳힌 홍창기는 올 시즌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을 알렸다. 첫 7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0.429, 출루율은 0.529에 이른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공을 잘 보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홍창기는, 이제 “공도 잘 보고, 공도 잘 치고, 공도 멀리 보내고, 주루도 잘하는” 타자로 업그레이드됐다. 타점도 4개를 기록했고, 덤으로 도루도 4개를 성공 시켰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첫 타석인 1회 출루율이다. 11일까지 홍창기의 경기 첫 타석 타율은 무려 0.750(4타수 3안타)에 이른다. 여기에 볼넷 3개를 골랐다. 7번의 첫 타석에서 출루가 6번, 출루율은 0.857로 완벽에 가깝다. 상대로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LG 타자들의 올 시즌 첫 타석 시동이 잘 안 걸린다는 점(첫 타석 타율 0.185)을 생각하면 홍창기의 활약은 괄목할 만하다.

11일 잠실 SSG전에서도 1회 첫 타석부터 출루했다. 6구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사실 박종훈의 제구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와도 될 법한, 존에 걸치는 공도 있었다. 하지만 홍창기는 침착하게 이 공을 골라내 출루했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대로서는 기분 나쁜 출발이었다. 홍창기는 올 시즌 들어 이런 상황을 계속 연출하고 있다.

표본이 쌓이면서 이 수치는 조금씩 떨어지겠으나 급격한 슬럼프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홍창기는 지난해 135경기에 뛰며 출루율 0.411을 기록했다. 타율(.279)보다 출루율이 훨씬 높았다. 눈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방망이 슬럼프는 길 수 있지만, 눈의 슬럼프는 그보다 더 짧다. 설사 타율이 떨어져도 지속적인 출루로 팀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LG가 진짜 제대로 된 리드오프를 구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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