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공식 포스터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반환점을 돈 '지리산'이 서사의 곁가지들을 솎아내며 시청률 반등을 꾀한다.

tvN 15주년 특별기획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은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종영까지 4회를 앞둔 '지리산'은 극 초반 지리산의 다양한 사람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국립공원을 보호하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레인저를 비롯해 불법적으로 약재를 채취하는 건강원 부부, 산의 고락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란 나무를 훔치는 업자, 정기를 받기 위해 지리산을 찾은 무속인, 어린 시절 자행됐던 양민학살을 잊지 못하는 할머니 등이 그 예다.

김은희 표 '범죄 스릴러'만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이러한 전개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톱배우 전지현, 주지훈이 맡은 서이강, 강현조의 '범인 찾기'가 이야기의 주축이 되리라 생각했고, 지리산의 험한 산세와 비경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CG에 더욱이 집중했으나, 그 예상이 모두 빗나간 탓이다.

하지만 한정적인 기대감을 지워낸다면 '지리산'의 소재가 꽤 신선하고 흥미롭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지리산'은 영험한 공간으로 통하는 지리산을 친숙한 삶의 터전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 깃든 사회적·역사적 아픔(동학,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을 놓치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진다. 특히 레인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처음부터 '지리산'의 주인공이 레인저였던 것은 아니다. '지리산' 제작진은 스포티비뉴스에 "산을 지키는 사람들, 사람과 산의 공존을 얘기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듣는 지리산의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들. (레인저) 취재를 통해서 들은 지리산은 고요한 듯 역동적이었다. 레인저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한다면 다양한 에피소드를 더 풍부하게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레인저의 평범한 일상은 산 아래 사람들인 제작진에게 그저 생경했다고. 그래서 취재가 더욱이 흥미로웠고, 시청자 역시 그럴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지리산' 측은 "레인저분들 입장에선 어린아이들한테 덧셈부터 알려줘야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며 "취재를 할 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네? 정말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나요?'였다"고 전했다.

▲ 제공|에이스토리

무엇보다 '지리산'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드는 요소는 김은희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이는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해답을 주는 지리산, 그리고 지리산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을 터다. 미스터리하고 공포스러운 요소가 가득한 '지리산'이지만 이따금 뭉근하게 따뜻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부분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전개가 느리고 산만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서이강과 강현조가 하루빨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야 하는데, 다리를 잃은 서이강과 생령이 된 강현조의 공조가 과거 이야기와 교차로 나오면서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 여기에 사실상 에피소드별 주인공을 따로 두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고 욕심을 부렸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그래서인지 '지리산'은 그간 안방극장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진 못했다. '지리산'은 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7%을 기록한 이후 대부분의 회차에서 7~8%대를 유지해왔다. 이는 동시간대 1위에 해당되는 수치이나, '지리산'이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만큼 예상만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럼에도 '지리산'은 페이스를 잃지 않고 묵묵히 달려왔다. 이제 정상을 목전에 둔 '지리산'은 장르 특성상 필요했던 빌드업을 마무리하고,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막판 스퍼트를 올린다. '지리산' 제작진은 "극 중반부에 이르며 현조는 범인에게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하지만 현조는 이 위협을 통해 자신이 정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확신한다"며 "시청자분들이 추측하시는 범인이 진짜 범인일지 이강, 현조와 함께 추리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리산'이 제작진의 전언대로 뒷심을 발휘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제공|에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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