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쿠르트 스왈로즈. ⓒ NPB 홈페이지 캡처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야구인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가을 야구 클리셰'에 따르면 야쿠르트 스왈로즈는 절대 우승할 수 없는 팀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에이스도 없고, 마무리 투수는 단기전에서 2패를 떠안았다. 그런데 결과는 4승 2패. 2001년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었다. 

야쿠르트는 27일 일본 효고현 홋토모토필드고베에서 열린 '2021 일본시리즈' 오릭스 버팔로즈와 6차전에서 연장 12회 장기전 끝에 2-1로 이겼다. 오릭스의 국가대표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9이닝 1실점 141구 역투로 야쿠르트에 맞섰지만 승리의 여신은 야쿠르트에 미소를 지었다. 연장 12회 2사 후 나온 안타 하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포수 패스트볼 덕분에 2사 2루가 됐고, 풀카운트에서 나온 대타 가와바타 신고의 빗맞은 타구는 우승 결정 적시타로 이어졌다.

야쿠르트의 6차전 선발투수는 정규시즌 12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한 다카나시 히로토시였다. 야마모토에 비하면 이름값에서 현저하게 밀리는 투수다. 다카나시는 4⅔이닝 투구에 그쳤지만 1실점으로 오릭스 타선을 막아냈다. 야쿠르트 다카쓰 신고 감독은 6차전에서 경기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투수 기용으로 보여줬다. 알버트 수아레즈(2⅓이닝)와 시미즈 노보루(2이닝)에 이어 마무리 투수 스캇 맥거프(2⅓이닝)까지 멀티 이닝을 책임졌다. 하루 뒤 7차전이 성사됐다면 불펜 싸움에서 불리한 양상이 될 수 있었지만 다카쓰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에이스 없는 야쿠르트의 궁여지책이었다. 야쿠르트는 올해 선발 평균자책점 3.63으로 센트럴리그 3위에 올랐다. 특출난 성적은 아니었다. 게다가 에이스로 꼽을 만한 선수도 눈에 띄지 않았다. 베테랑 오가와 야스히로가 팀 내 최다 128⅓이닝을 던졌지만 평균자책점은 4.14에 그쳤다.

단기전 1선발은 프로 입단 2년차 오쿠가와 야스노부가 맡았다. 오쿠가와는 올해 대부분 10일 간격으로 등판하면서 18경기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그런데 후반기부터 안정감을 찾더니, 지난 1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1차전에서는 무4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오쿠가와는 단기전은 경험이라는 클리셰도 깼다.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도 야마모토(6이닝 1실점)에 맞서 7이닝 1실점으로 선전했다.

마무리 맥거프는 5차전까지 4경기에서 2세이브를 거뒀지만 동시에 2패도 안고 있었다. 1차전에서는 오쿠가와의 역투로 만든 3-1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0이닝 3실점'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선 5차전에서는 5-5 동점에서 아담 존스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27일 6차전에서는 2⅓이닝을 피안타 없이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올렸다. 

이번 일본시리즈는 6경기 모두 2점 차 이내 접전이었고, 2차전을 제외한 5경기가 1점 승부였다. 에이스가 없는 가운데 마무리까지 불안한 야쿠르트의 우승은 반전 드라마였다. 명승부를 마친 다카쓰 감독은 "힘든 시즌이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가운데 우승했다. 기쁨도 훨씬 크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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