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 제공ㅣ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작품이 호평을 받는 것에 대한 소감과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19일 공개 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25일 오전 진행된 '지옥' 화상 인터뷰에서 "자고 일어나니 그렇게 됐다더라.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다. 많은 연락을 받아서 되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르 마니아들을 겨냥하고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시고 얘기를 나눠주셔서 신기하다"고도 말했다.

연 감독은 '지옥'에서 종교가 비중있게 다뤄진 것에 대해 "종교와 인간의 관계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옥'이라는 장르는 코스믹호러라는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를 마주한 인간들의 모습을 다룬 장르다. 그런 장르가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과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거기서 피어나는 오히려 인간의 강함을 표현하기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지옥'은 종교적 색채도 있지만 코스믹 호러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스믹호러 장르가 미스테리한걸 그대로 미스테리한 채로 남겨둔 채 그 앞에 인간들의 모습들을 현실성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게 중점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무래도 거기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일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그쪽에 집중했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이 작품 안에서 하는 인간들의 고민이 현실에서 이뤄지고있는 우리의 고민들과 닮아있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보면 죽음이란 종착지가 분명하게 정해져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부산행'에서는 부산이라고 하는 종착지가 인간의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엔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인간이 얼마나 받아들일수 있는가'를 구상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식의 미묘한 차이 만으로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이라고 하는 큰 차이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미묘하지만 독특한 설정이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데 주효한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밝혔다.

▲ 연상호 감독. 제공ㅣ넷플릭스

특히 연 감독은 엔딩에 '아이'가 가진 희망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아이들만 봐도 기분이 좋은 게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아주 조그마한 사랑만 줘도 크게 만족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세상이야말로 끔찍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없는 사회는 유지될 필요없다고 본다. 그런 점들이 작품에 반영되는거 같다"고 은유적인 답변을 남겼다.

또한 연 감독은 '신생아' 이후의 신에 대해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의 의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라는 지점. '지옥'이라는 작품의 후속 이야기를 만드는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생각과 의도보다는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설명은 후속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런 가운데 '지옥'을 관람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지옥행을 고지받을 경우 가장 극단적인 경우였던 '20년 전'과 '30초 전'에 대한 선택의 장도 뜨거웠다. 연 감독은 이에 대해 "저라면 20년 전을 선택할 거 같다. 조금 정리를 할 상황들이 많이 있을 거 같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답하며 웃음 지었다.

이밖에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인 '부산행', '염력' 등이 '지옥'과 합쳐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스티븐킹의 작품 중에서는 가상의 지명에서 스티븐킹의 세계를 통합하는 시리즈가 기획되고 나오기도 했다. 농담 삼아서 제 작품에 나오는 어떤 특수한 지명, 가상의 지명으로 뭔가를 통합하는 걸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은 가끔 한다. 아시다시피 제가 작업하고있는 작품들의 회사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작품들의 통합된 세계관을 만드는 것에 대해 서로 노력할거란 생각은 거의 안한다. 그런 일이 있기는 굉장히 힘들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 감독은 함께한 배우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앞서 "원진아에게 애미상, 박정민에게 애비상을 주고 싶다"고 말한데 이어 "여기 참여해주신 모든 배우들이 제가 처음 이 세계를 생각했을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 넣으려 노력했던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작업에서 제일 좋았던건 감독과 배우 이런 게 아니라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같이 공연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 대해 배우,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연 감독은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에 대해서도 "15년 전부터 한국 작품들이 조금씩 전세계에 쌓아온 신뢰들이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한국에는 좋은 영화, 드라마들이 있었다. 그걸 알아봐주는 세계인들의 존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며 "둑이 조금씩 금이 가다가 쏟아져 내리듯이 지금의 한국 콘텐츠가 사랑받는 것은 10여년 전부터 세계 시장에 천천히 내기 시작했던 균열들이 모여 둑이 무너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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