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유독 4일 휴식 후 등판에서 고전하는 류현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4·토론토)은 12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경기에서 악몽의 하루를 보냈다. 더블헤더 1경기에 출전한 류현진은 2⅓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8안타를 허용하고 7실점했다.

류현진 인생에서 가장 좋지 않은 날 중 하나이기도 했다. 토론토 이적 후에는 최악의 피칭이었다. 다행히 팀이 대역전승을 거둬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는 했지만,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3.77에서 4.11까지 치솟았다. 후반기 이맘때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인 건 보기 드문 일이다.

현지에서는 ‘등판 간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류현진은 7일 뉴욕 양키스 원정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경기 초반부터 힘 있는 공을 던졌다. 그런데 80개의 공만 던진 뒤 강판됐다. 안 던지던 슬라이더를 던지다보니 팔 근육이 다소 뭉치는 감이 있었다는 게 류현진의 설명이었다.

류현진은 당시 “병원에 갈 일은 없다”고 했고, 실제 그랬다. 그러나 어떠한 근육 뭉침 이슈가 있었던 선수를 나흘 휴식 후, 그것도 더블헤더 1경기 낮 경기에 바로 투입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었다. 볼티모어전 이후 이와 연관된 질문에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현진은 등판 간격에 대해 “오늘은 내가 던지는 날이었다. 로테이션대로 돌아간다”고 일축했으나 기록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올해 5일을 쉬고 등판한 10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점 2.61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반면 4일을 쉬고 등판한 12경기에서는 4승3패 평균자책점 5.64에 그쳤다. 확연하게 성적이 달라졌다.

사실 류현진이 전통적으로 4일 휴식 후 약한 선수는 아니다. 류현진은 MLB 통산 4일 휴식 후 평균자책점이 3.26, 5일 휴식 후는 3.35다. 오히려 4일 휴식 후가 더 좋다. 

다만 올해는 투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한 해다. 지난해 단축 시즌으로 이닝 수가 많이 줄었던 투수들이 정상적인 시즌을 소화하면서 이닝이 갑자기 불어났고, 그만큼 피로도도 더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류현진도 이제 30대 중반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2019년 LA 다저스는 절묘한 방법으로 류현진에게 추가 휴식일을 주거나, 혹은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뛰게 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당시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이 7번 밖에 없었고, 5일 휴식 후 등판이 14번, 그리고 6일 이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게 8번이나 됐다. 어쩌면 다저스가 류현진의 최고치를 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관건은 팀 사정이다. 최근 가파른 기세로 포스트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는 토론토다. 호세 베리오스의 영입, 그리고 알렉 마노아의 발견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화된 것도 한 몫을 거든다. 다만 류현진에게 아예 휴식을 줄 만큼 사정이 여유롭지는 않다. 그 하루의 차이를 만들기 위한 토론토 벤치와 프런트의 해답이 무엇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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