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제구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kt 고영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최근 리그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투수는 단연 고영표(30·kt)다. 후반기 6경기에서 44⅓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9월 4일 LG전에서는 8이닝 1실점(비자책), 9월 12일 SSG전에서는 9이닝 완봉승, 그리고 직전 등판인 18일 NC전에서도 8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3경기에서 단 한 개의 4사구도 내주지 않는 등 최고의 컨트롤을 뽐내며 순항 중이다. 마치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선수는 아니다. 옆구리 유형 투수로서도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다. 고영표의 올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7㎞ 남짓이다. 140㎞를 넘는 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좀처럼 고영표를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구위가 압도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최근 결과는 너무나도 압도적이다. 

KBO리그 통산 152승을 거둔 ‘대투수’인 이강철 kt 감독조차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2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고영표의 최근 호투에 대해 “지금 같아서는 (우리 팀은) 용병이 셋이다”고 활짝 웃으면서 “몸쪽, 바깥쪽, 하이볼까지 우리가 생각한대로 다 잘 쓴다. 시즌 초반에는 자기 말대로 1~2회 점수 줬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고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상대 에이스가 나와도 같이 붙었을 때 초반에 버티면, 지금은 팀도 중간 싸움이 되니까 대등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걸 영표가 해준다. 상대 1선발과 해볼 만 한 것이다”면서 “내 기억으로는 초반에는 체인지업을 던지다 맞았다. 지금은 체인지업보다는 몸쪽 투심, 바깥쪽 좌우 등 상하좌우를 모두 잘 쓴다. 그러다 체인지업을 하나씩 떨궈주면 스윙이 나온다. 체인지업을 남발했는데 지금은 중요할 때 쓴다. 무기를 숨기면서 2S 선점하면 타자들에게는 엄청나게 압박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투구 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워낙 공격적으로 승부해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이 감독은 “자기 공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보통 투수들은 어려우면 코너로 가려고 하는데 자신이 있으니 안으로 들어간다. 투수가 컨트롤이 좋으면 타자들은 투구 수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못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필살기’인 체인지업이 있으니 타자들로서는 어차피 2S에 몰리면 불리하다. 그래서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고 빠른 승부를 벌이는데, 투심의 움직임이 워낙 좋고 제구가 뛰어나니 빗맞은 타구들이 쏟아진다. 그러면 고영표는 투구 수까지 아끼면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 최근 경기에서는 이런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컨트롤이 좋은 투수는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지만, 커맨드가 좋은 선수는 대표팀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고영표가 남은 중요한 경기에서도 자기 몫을 해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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