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탬파베이 외야수 케빈 키어마미어.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채태인(39)에겐 특별한 별명이 있다. 바로 ‘채럼버스’다. 자신의 이름과 15세기 신대륙을 개척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이름을 합친 합성어다.

별명 탄생의 기원은 2011년 5월 3일 사직구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당시 삼성 소속이던 채태인은 1루 주자로 있던 2회초 1사 1루에서 나온 신명철의 우중간 타구 때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루를 지나 3루 방향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이 공이 상대 외야수 근처로 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웃을 직감한 채태인은 다시 2루를 밟고 1루로 귀루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타구가 우익수 손아섭과 중견수 전준우 사이로 떨어지면서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1루로 귀루하던 채태인은 안타임을 확인하고 다시 몸을 되돌렸다. 그런데 반드시 거쳐야 할 2루를 밟지 않고 2루 근처 잔디를 가로질러 3루로 빠르게 뛰었다.

롯데 수비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곧장 2루 베이스를 찍어 채태인을 누의공과로 아웃시켰다. TV 중계화면으로 고스란히 잡힌 이 장면은 채태인의 신대륙 개척이라는 뜻에서 채럼버스 주루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주인공은 탬파베이 레이스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31)였다.

키어마이어는 21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경기에서 황당한 실수를 범했다. 2루 주자로 나가 있던 3회 1사 2루 상황. 후속타자 얀디 디아스의 잘 맞은 타구가 좌중간으로 향했다.

이를 안타로 판단한 키어마이어는 3루까지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좌익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몸을 나려 타구를 잡았다. 아웃을 확인한 키어마이어도 다시 몸을 돌려 2루로 귀루했다.

그러나 키어마이어는 여기에서 결정적인 주루 실수를 범했다. 3루를 지나친 상황에서 다시 3루를 밟지 않고 되돌아갔다. 채태인과 같은 누의공과였다.

토론토 벤치 역시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찰리 몬토요 감독이 나와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토론토 수비진은 공을 3루로 뿌려 누의공과를 어필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아웃. 토론토는 실점 위기를 넘긴 반면, 탬파베이는 아쉬움 속에서 이닝을 마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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