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티몬스 3루심(오른쪽 아래)이 16일(한국시간)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의 경기 도중 9회초 구장 관리인들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자 모두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MLB닷컴 캡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경기가 한창이던 시점. 3루를 지키던 심판이 갑자기 1루 방향으로 걸어오더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불호령을 내린다. 그러자 그라운드 구석에서 몸을 수그리고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간다.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맞대결이 열린 16일(한국시간)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 1-2로 뒤지던 볼티모어가 8회말 오스틴 헤이스의 역전 좌중월 2점홈런으로 3-2로 전세를 뒤집으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그러나 판세는 다시 흔들렸다. 9회 양키스가 선두타자 루크 보이트의 볼넷과 글레이버 토레스의 중전안타 그리고 더블스틸로 1사 2·3루 찬스를 잡으면서였다.

그런데 이때, 3루심 팀 티몬스가 갑자기 1루 방면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향해 당장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퇴장 명령의 대상은 1루 파울 지역의 대형 방수포 뒤를 지키던 구장 관리인들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이날 경기 막판 시점부터 구장 인근으로 많은 비가 예보돼 있었다. 그래서 볼티모어 구단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장 관리인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고, 이들은 대형 방수포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본 티몬스 3루심은 경기 방해를 이유로 퇴장 조치를 선언했다.

심판의 불호령 이후에는 전례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0명이 넘는 직원들이 우르르 1루 외야로 달려가더니 구장을 빠져나갔다. 현장 중계진과 팬들 모두 어리둥절한 해프닝이었다.

이날 MLB닷컴은 “우리는 선수들이 경기 도중 퇴장당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물론 감독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마스코트가 쫓겨나는 일도 목격한다”면서 “그런데 이날 오리올파크에선 구장 관리인들이 퇴장당하는 상황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더욱 흥미로운 장면은 다음이었다. 기상 예보대로 단체 퇴장 조치 후 오리올파크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키스는 브렛 가드너의 역전 적시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구장 관리인들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들의 위치가 경기의 잠재적인 방해물이 되었을까? 아니면 티몬스 심판이 일종의 앙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흥미를 나타냈다.

이날 게임은 일단 양키스의 4-3 승리로 끝났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경기는 올 시즌 볼티모어의 흐름대로 됐다. 볼티모어는 9회 2점을 내준 뒤 양키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에게 막혀 패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패인 타이인 99패도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경기 도중 퇴장당한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게임이 끝난 뒤에도 비가 계속 내리자 이들은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 대형 방수포를 깔았다. 이를 지켜보던 팬들은 박수로 이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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