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에서도 일익이 기대되는 루키 알렉 마노아(오른쪽)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토론토 막판 질주의 공신 중 하나는 신인 우완 투수 알렉 마노아(23)다. 시즌 중반 데뷔전을 치른 마노아는 힘 있는 투구로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 잡았다.

네이트 피어슨과 더불어 팀 내 최고 투수 유망주 중 하나였던 마노아는 올해 17경기에서 93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3.39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피안타율은 0.192,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3에 불과하다. 93이닝 동안 10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패기 넘치는 투구로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그런 마노아의 메이저리그(MLB)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친 선수가 바로 팀 에이스 류현진(34)이다. 마노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의 집까지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류현진도 루키 투수의 애교에 싫지 않은 눈치다. 두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가까운 경우가 자주 카메라에 담긴다.

그런데 토론토는 마노아를 놓고 고민에 빠질 뻔했다. 보통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신인 투수의 이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경계한다. 부상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개 전년도 총 이닝에서 50이닝 이상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편이다. 마노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마노아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93이닝, 마이너리그에서 18이닝 등 총 111이닝을 던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게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이다. 스트라스버그는 2012년 160이닝 가까이를 던졌고, 워싱턴은 설정한 수치에 다다르자 스트라스버그의 시즌을 강제로 끝내버렸다. 당시 워싱턴은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결국 끝내 포스트시즌에서도 스트라스버그를 쓰지 않았다. 당시 우승 기회를 놓친 워싱턴은 2019년에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는 마노아를 계속 던지게 할 계획이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14일(한국시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마노아의 시즌 조기 종료 계획은 없다”고 확인했다. 몬토요 감독은 “빅리그에서의 첫 풀시즌인데 그는 여전히 강해 보인다. 물론 우리가 계속 지켜보겠지만, 여러분들도 그것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노아의 최다 이닝 소화는 2019년 마이너리그에서 125⅓이닝을 던진 것이다. 여기까지도 아직 15이닝 정도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던진다고 하면 20~30이닝 정도는 큰 무리 없이 더 던질 수 있다. 잔여경기 일정을 생각하면, 이는 포스트시즌까지도 던질 수 있는 범위다.

어쩌면 시즌 중반 부상을 한 차례 당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을 수도 있다. 마노아는 지난 7월 20일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사유가 좀 황당했다. 당시 홈구장으로 쓰고 있었던 세일런 필드의 더그아웃 계단을 내려오다 삐끗한 것이다. 마노아는 8월 1일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2~3차례 던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12~20이닝 정도를 더 소화해 지금 이닝관리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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