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의 아시아 스카우트 성공 사례로 남은 김광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세인트루이스는 근래 들어 한국인 선수를 영입해 재미를 봤다. 2016년 오승환(39·삼성)을 영입해 2년을 함께 했고, 2020년에는 김광현(33)과 2년 계약해 역시 투자 이상의 가치를 뽑아냈다.

두 선수는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에서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요긴하게 활용한 사례로 뽑힌다. 보장 금액도 있었지만 총액의 상당 부분은 인센티브였다. 구단 친화적 계약에 가깝다.

당초 필승조로 출발한 오승환은 2016년 시즌 중반 마무리로 승격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의 2년간 138경기에 나가 7승9패39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2년간 투구 이닝이 139이닝에 이를 정도로 전천후 활용했다. 

김광현 또한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하며 14일(한국시간) 현재 31경기(선발 28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년간 팀 선발진이 수많은 부상자로 흔들렸다. 김광현은 그나마 가장 꾸준히 공헌한 선수 중 하나로 뽑힌다. 역시 성공적 계약이었다.

두 선수를 스카우트한 맷 슬레이터 세인트루이스 단장 특별 보좌는 14일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두 선수의 영입 비화를 밝혔다. 슬레이터는 이전부터 꾸준하게 관계자들과 쌓아온 친분과 부지런한 정보 수집이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슬레이터는 “김광현과 그의 에이전트는 나와 매우 친한 친구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다른 팀보다) 훨씬 더 일찍 알 수 있었다. 이 덕에 우리는 다른 구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경우는 다른 팀보다 팀의 중요한 자원들을 국제스카우트에 투자한 덕이라고 밝혔다. 슬레이터는 “오승환 영입 비결은 우리가 그의 모든 등판을 비디오로 찍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오승환의 모든 등판을 봤기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즉,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곳에 먼저 들어가 관계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인력을 투자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남미에 투자하는 돈과 시간, 그리고 정성에 비하면 못하다. 그중 먼저 움직인 세인트루이스는 선점 효과를 누렸다.

▲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도 활약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남긴 오승환
하지만 이제는 다른 팀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정보의 공유와 함께 선점 효과는 상쇄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으며, 또 돌려볼 수 있고, 선수별로 영상 수집이 가능하다. 또한 아시아 구단들이 트래킹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차례로 도입함에 따라 조금 더 고급 정보 수집도 가능해졌다. 한편으로는 구단별로 아시아 담당 조직도 많이 확충됐다.

그래서 슬레이터가 눈을 돌리는 곳은 바로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중국이다. 한국·일본·대만에 비해 중국은 야구 인프라가 부족하고 리그 또한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인구만 10억 명 이상인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매력적인 시장이다. 슬레이터는 중국 선수들의 재능 수준이 아시아 3대 주요 강국(한국·일본·대만)에 훨씬 뒤처져 있지만, 그 구단과 리그 임원들이 모두 큰 꿈을 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보듯 선점 효과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지만, 먼저 들어간 구단이 뭔가의 성과를 더 거둘 가능성은 높다. 슬레이터는 “중국에도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전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거기서 나온다면 그것이 금광일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드러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