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타격 7관왕에 도전하는 블라미디르 게레로 주니어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레이스는 이미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놨다는 시각이 많았다.

우선 성적이 뛰어났다. 타자로는 홈런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투수로는 엘리트급 선발투수의 위용을 선보이며 9승을 거뒀다. 올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2위권과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야구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여겼던 투·타 겸업을 해냈다는 임팩트도 무시할 수 없다. 투표권자도 어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즌 막판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오타니의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오타니의 8월 타율은 0.202, 9월 타율도 0.207에 불과하다. 홈런 추가도 뜸해졌다. 시즌 타율도 2할5푼대(.259)로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경쟁자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당초 강력한 MVP 후보로 뽑히다 6월 이후 이 논의에서 소외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의 그래프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반면, 시즌 중반 한 차례 슬럼프를 겪은 게레로 주니어의 그래프는 뚜렷한 오름세다. 게레로 주니어는 8월 타율이 0.267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는 방망이가 대폭발이다. 13일(한국시간)까지 9월 12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380, 홈런 5개를 보탰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116에 이른다.

타자만의 성적만 놓고 보면 오타니보다 더 낫다. 13일에는 시즌 44호 홈런을 터뜨리며 드디어 오타니와 격차를 없앴다.

물론 오타니가 투수로서의 성적도 가지고 있어 여전히 MVP 수상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게레로 주니어 앞에 근사한 타이틀이 추가된다면 투표인단을 고민에 빠뜨릴 수 있다. 이를 테면 ‘타격 7관왕’과 같은 타이틀이다. 투·타 겸업만큼 나오기 어려운 기록인 까닭이다.

가능성이 있다. 게레로 주니어는 현재 타율(.319), 출루율(.408), 득점(113), 최다 안타(170)에서 아메리칸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홈런(44)에서 오타니와 공동 1위다. 여기까지 5개 부문 1위다. 장타율(.610)은 오타니(.611)에 근소하게 뒤진 2위로 언제든지 만회가 가능하다. 지금 페이스라면 오히려 뒤집을 가능성이 더 높다.

가장 걸림돌은 타점(102)이지만, 1위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107개)와 격차가 크지 않다. 남은 일정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다. 토론토 타선이 폭발하고 있어 타점을 올릴 기회가 더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레로 주니어가 화려한 타이틀과 더불어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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