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최강팀 샌프란시스코의 주축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난 다린 러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전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MLB) ‘올해의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곧 떨어질 것”이라는 비아냥을 모두 비웃은 채 현재도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지구 우승을 놓치지 않은 LA 다저스의 질주를 끝낼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11일(한국시간) 현재 91승50패(.645)를 기록해 다저스에 3경기 차 앞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이다. 설사 다저스에 막판 추월을 허용한다고 해도, 와일드카드 한 장은 사실상 확정지었다.

선수들 면면이 다저스보다 화려한 건 아니다. 그러나 팀 전체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떨어지고 있고, 여기에 승부처에서의 대단한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팀 사기도 올라간다. 이런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삼성에서 오래 뛰어 우리 팬들에게도 익숙한 다린 러프(35)다.

러프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MLB에서의 생존이 불투명한 선수였다. 하지만 좌완을 상대로 강점을 드러내며 팀 내에 자리를 만들더니, 결국 시즌 완주에 성공하며 올해도 팀의 플래툰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완전한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성적은 쏠쏠하다. 러프는 올해 벌써 106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자신의 MLB 한 시즌 최다 출장 시즌이었던 2015년(필라델피아 소속, 106경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어 이 기록 경신은 확실시된다. 성적도 좋다. 106경기에서 274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79, 15홈런, 4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6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조합이 돋보인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기도 하다. 

미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이런 러프를 샌프란시스코의 숨은 영웅으로 묘사했다. 버스터 포지 등 최고 스타들과 비교할 만한 건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팬그래프’가 제시한 기록을 보면 이런 평가가 실감난다. 러프는 알게 모르게 굉장한 실적을 쌓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리그 평균보다 17% 좋은 공격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약한 타선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팀 내 25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조정득점생산력(wRC+)가 가장 좋다. 러프는 155를 기록 중인데, 2위는 포지로 145, 3위는 브랜든 벨트로 137이다. 물론 러프의 타석 수가 적기는 하지만 270타석 이상의 표본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팬그래프’는 러프의 이런 활약상 비결로 타석에서의 훌륭한 참을성, 그리고 잘 맞은 타구를 양산하는 능력을 들었다. 물론 러프가 유인구에 강한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트라이크존을 잘 공략하고 있으며 참을성 뒤에 나오는 타격은 잘 맞은 타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 러프의 배럴 타구(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잘 맞은 타구)는 13%로 좋은 편이다.

‘팬그래프’는 러프의 wRC+(155)가 후안 소토(156)과 오타니 쇼헤이(154)라는 리그의 슈퍼스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7위다. 경이로운 성적”이라고 칭찬했다. 물론 플래툰으로 이득을 보는 점, 표본이 이들보다 적다는 점에서 약간 가려들어야 할 부분도 있으나 러프가 자신의 기회에서 리그 최정상급 공격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프는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128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 금액을 생각하면 러프의 가치는 더 커진다. 내년에도 같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러프가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