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11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을 앞두고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친정과도 같은 리글리필드로 돌아온 슈퍼스타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예상치 못했던 팬들의 환대. 이날만큼은 유니폼의 색깔이 중요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가 열린 11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 이날 맞대결은 한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크리스 브라이언트(29)였다.

2015년 컵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브라이언트는 리글리필드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뛰어난 방망이와 안정적인 수비 그리고 파급력 있는 스타성을 앞세워 컵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100년 넘게 컵스가 지니고 있던 염소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주역 역시 브라이언트였다.

2016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할 만큼 일찌감치 실력을 증명했던 브라이언트는 그러나 최근 성적 부진으로 고생했고, 결국 7월 이적시장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됐다.

많은 컵스팬들의 아쉬움 속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브라이언트는 이적 후 이날 처음으로 다시 리글리필드를 찾았다.

본인도, 팬들에게도 복잡한 감정이 계속된 하루였다. 먼저 브라이언트는 리글리필드 근처의 한 건물을 찾았다. 자신의 대형 벽화가 그려진 곳이었다. 여기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옛 추억을 잠시 떠올렸다. 컵스팬들은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이 오기 전부터 구장 입구를 지키며 브라이언트의 방문을 환영했다.

감동적인 장면은 경기 직전 연출됐다. 컵스가 브라이언트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전광판을 통해 깜짝 게재했다. 여기에는 브라이언트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되는 순간부터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장면, 화끈한 홈런을 때려내는 순간까지 브라이언트의 잊지 못할 추억들이 담겨있었다.

이제는 홈팀 덕아웃이 아닌 원정팀 덕아웃 앞으로 서서 이를 지켜보던 브라이언트는 결국 주체하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팬들의 함성을 듣든 도중, 선글라스를 잠시 벗고는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 눈물을 닦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왼쪽)와 시카고 컵스가 준비한 환영 영상. ⓒMLB닷컴
MLB닷컴은 “브라이언트가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된 지 6주 정도가 지났다”면서 “브라이언트는 이적 직후 샌프란시스코의 일정을 살펴보고 리글리필드에서의 경기 날짜를 동그라미 치면서 기억하고 있었다. 또,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정말 흥분된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고 보도했다.

이어 “컵스팬들은 브라이언트를 환영하기 위해 일찍부터 리글리필드를 찾았다. 이를 본 브라이언트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을 몰랐다. 정말 특별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우리를 기다리던 팬들이 떠올렸다’고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기는 샌프란시스코의 6-1 승리로 끝났다. 5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한 브라이언트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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