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브롱스(미 뉴욕주), 조미예 특파원] “현진이 등판 날인데.. 어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4)이 최고 구속 94마일과 날카로운 제구를 앞세워 시즌 13승을 거뒀습니다. 한국시간으로 7일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투구 수는 80개였습니다. 

한때 행운의 아이템으로 여겼던 수염은 온데간데없고,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앞선 경기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를 준 것입니다.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작부터 공에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최고 구속은 94마일까지 나왔고, 제구도 완벽했습니다. 류현진도 “모든 구종이 올 시즌 들어 가장 힘이 좋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투구 수 80개, 6이닝에서 교체를 원한 건 감독이 아닌 선수 본인이었습니다.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를 오랜만에 많이 던져 팔에 타이트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멈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타이트함을 느껴 교체를 원했다고 말한 류현진.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사 만날 일은 절대 없다. 내일부터 똑같이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문제없음을 확실하게 답했습니다. 

이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의 호투를 비롯해 홈런을 포함 멀티 홈런을 날린 마커스 시미엔과 시즌 40호 홈런을 기록한 게레로 주니어의 활약으로 8-0 완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의 호수비도 돋보였고,  

보 비셋의 실수도 없는 수비도 눈에 띄었습니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오른 르메이휴의 타구를 더블로 연결한 것도 명장면 중에 하나였습니다.  
시미엔의 송구가 좀 높았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베이스에서 발을 떼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팔을 쭉 뻗어 포구했습니다.  더블 플레이 성공. 

6회 베이스를 비우고, 2사에서 마주한 조이 갈로는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여기까지 투구 수가 80개. 

류현진은 6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피트 워커 투수 코치와 호세 수석 트레이너를 불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팔에 약간의 타이트함을 느꼈다고 전달한 것입니다.  

투수 코치는 곧바로 불펜에 전화를 걸어, 불펜 투수를 준비 시켰습니다.  

이후에도 투수 코치는 류현진과 계속 대화를 나눴습니다.

팔에 타이트함을 느껴 자진 교체를 했다고 하니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영리한 선수. 교체된 후에 표정을 보면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구종이 올 시즌 들어 가장 힘이 좋았다”라고 자평할 만큼 만족스러운 피칭을 한 류현진은 오랜만에 카메라를 보며 장난기도 발산했습니다. 

기분 좋은 피칭으로 13승을 거둔 류현진은 다시 한번 동료들에게 통 크게 ‘한국 통닭’을 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류현진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박준성 씨는 “오늘 하루 정말 바빴다”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들려줬습니다. 

“뉴욕 오면 항상 한국 치킨을 먹는 게 루틴이 됐는데, 뉴욕에서 맞이하는 첫 경기에 형이 등판하니까 선수들이 형한테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원래 선발 등판하는 투수들에게는 말도 안 하는 게 불문율처럼 내려오니까.. 그럼에도 한국 통닭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웃음) 경기 전부터 여러 선수가 나한테 와서 “류가 KFC(Korean Fried Chicken) 잊지 않았겠지? 혹시 모르니 말 좀 해줘”라며 한국 통닭은 꼭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부터 한국 통닭이 생각난 토론토 선수들. 하필 류현진이 등판 날이었고, 선발 등판날엔 직접 전하지 못하니 통역을 하고 있는 박준성 씨에게 다가가 꼭 잊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토론토 선수들은 한국 통닭에 진심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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