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어난 투구로 자존심 회복 시동을 건 류현진 ⓒ뉴욕=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8월 부진으로 국내 및 현지의 우려를 샀던 류현진(34·토론토)이 공은 물론 명예회복의 의지까지 던졌다. 중요한 경기에서 빼어난 투구로 그간의 우려를 일부분 불식시켰다.

류현진은 7일 미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호투로 팀과 함께 같이 웃었다. 토론토는 이날 1회 게레로 주니어와 시미언의 백투백 홈런으로 앞서 나갔고, 류현진이 리드를 든든하게 지킨 끝에 8-0으로 이겼다.

8월 한 달 동안 부진했던 류현진이었다. 7실점 이상 경기가 두 번이나 됐고, 8월 6경기 평균자책점은 6.21이었다. 류현진의 개인 역사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부진했던 한 달이었다. 그 사이 시즌 평균자책점은 3.92까지 치솟았다. 잘못하면 4점대로 올라갈 위기였다. 게다가 팀 동료 로비 레이가 역투를 이어 가며 류현진은 초라한 비교대상이 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이었다. 주위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한 류현진은 양키스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잠재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간 길렀던 수염을 깨끗하게 자르고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시즌 13번째 승리를 거뒀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3.77로 낮췄다.

일단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공에 힘이 있었다. 제구도 제구지만, 일단 공의 위력을 양키스 타자들이 좀처럼 이겨내지 못했다. 날카로움은 구속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개인적으로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으로나 중요한 경기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던 류현진은 1회부터 전력투구로 양키스의 기를 죽였다.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시즌 평균 구속은 89.8마일(약 145㎞)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은 1회부터 92마일(148㎞) 이상의 공을 던지더니 1회 마지막 타자인 애런 저지를 잡아낼 때의 공은 93.9마일(약 151㎞)을 찍었다. 류현진이 1회부터 94마일의 공을 던지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93마일(150㎞)의 공을 산발적으로 던졌고, 이날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8마일(147.7㎞)이 나왔다. 시즌 평균보다 2마일(3.2㎞)이 빨라졌다. 커터(평균 86.1마일→7일 88.6마일), 체인지업(평균 79.6마일→7일 82.3마일) 모두 구속이 덩달아 뛰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그간 잘 던지지 않고 봉인했던 슬라이더를 더 적극적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더가 커터로 표기된 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빨라진 공에 제구도 잘 됐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포심과 커터를 자유자재로 꽂아 넣었다.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더라도 타자들이 움찔할 공이었고, 이는 바깥쪽 체인지업과 백도어 커터를 빛나게 하는 포석이 됐다. 류현진이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왔음을 훌륭하게 알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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