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인 워커 뷸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당초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의 일방적인 질주로 끝나는 듯했다. 디그롬의 시즌 초반 기세는 사실 전례를 찾기가 더 힘든 역사적 레이스였다.

그러나 디그롬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 전열에서 이탈하자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LA 다저스의 뉴 에이스 워커 뷸러(27)다. 메이저리그(MLB) 평균자책점 전체 1위인 뷸러는 빼어난 성적을 그것도 기복 없이 보여주며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에 한걸음을 남겼다.

뷸러는 4일(한국시간) 현재 시즌 27경기에서 176이닝을 던지며 13승2패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이 자체로도 뛰어난 성적인데, 꾸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뷸러는 27번의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으며, 이중 26번은 6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24번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톰 탱고의 ‘사이영상 예측 모델’에 따르면 뷸러는 79.3점을 얻어 이 부문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2위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66점이다. 시즌이 막판으로 왔음을 생각하면 꽤 큰 차이다. 내셔널리그 2위 맥스 슈어저(LA 다저스)는 65.7점이다. 어쨌든 투표인단에게 가장 호소성이 큰 후보는 현 시점에서 뷸러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LA 다저스는 역사적인 사이영 로테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 가능성은 일단 살아있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2011·2013·2014), 맥스 슈어저(2013·2016·2017), 데이비드 프라이스(2012)라는 사이영상 수상 경력자 세 명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빠져 있지만 트레버 바우어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따냈다. 여기에 뷸러가 추가되면 5명이 된다.

역대 최강의 선발진으로 뽑히는 1998년 애틀랜타(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데니 니글·케빈 밀우드)조차도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선수는 세 명(매덕스·글래빈·스몰츠)이었다. 다저스 구단 역사상 최강 선발진으로 공인되는 1966년 또한 사이영상 수상자는 샌디 쿠팩스와 돈 드라이스데일, 두 명이었다. 전원 사이영상 수상자로 로테이션이 구성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변수는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뷸러가 수상해야 모든 조건이 성립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여기에 커쇼와 슈어저의 재계약 여부도 봐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다저스에서의 상징성이 큰 커쇼야 남을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든 도장을 찍어봐야 안다. 슈어저는 많은 팀들이 눈독을 들일 전망이다. 다저스가 두 예비 명예의 전당 입성자를 모두 눌러 앉혀야 한다.

프라이스는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트레이드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선발진에 있을지는 봐야 한다. 다저스가 밀었던 더스틴 메이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최소한 내년 전반기까지는 정상 복귀가 어렵지만, 다저스가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다른 선발 자원이 언제 나올지는 모른다. 

그리고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휴직이 길어지는 바우어가 내년에 복귀해야 한다는 전제도 붙는다. 바우어는 현재 기소된 상태로, 혐의가 인정되면 MLB 사무국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내년 시즌 상당수, 심지어 전체를 날릴 수도 있다. 이처럼 역사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조금 더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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