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투수 역사에 손꼽힐 만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류현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4·토론토)은 2019년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 2020년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2년 연속 시상대에 선 아시아 선수였다. 사실 이런 업적을 쌓은 선수는 아시아 선수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 얼마 되지 않는다.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 투수들이 메이저리그(MLB)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일부는 류현진보다 더 화려한 누적 성적을 쌓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단기 임팩트로 이만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손에 꼽는다. 그런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3-1 대승을 이끌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13년 14승, 이듬해인 2014년도 14승을 거뒀다. 이후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2019년 다시 14승을 따내며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지난해는 단축 시즌 탓에 10승을 거두긴 어려웠으나 올해 일찌감치 두 자릿수 승수 고지를 밟았다. 

한국인 선수가 네 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건 아시아의 전설인 박찬호(6회)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단순한 10승이 아니라, 해당 시즌의 내용도 좋았다. 올 시즌이 이 정도의 평균자책점에서 끝난다고 가정했을 때, 류현진은 ‘10승 이상, 평균자책점 3.40 이하’의 조건을 네 번이나 충족했다. 사실 이 조건은 박찬호도 두 번(1997·2001) 충족에 그친 뛰어난 기록이다.

아시아 선수 전체로 봐도 상위권이다. 노모 히데오가 1995·1996·2002·2003년까지 네 차례를 달성했다. 꾸준함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구로다 히로키도 4번(2010~2013) 달성했고, 류현진이 현재까지 세 번 달성해 3위다. 류현진이 올해도 3.4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면 노모·구로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류현진은 과소평가된 선수다. 900이닝 이상을 던진 현역 선수 중 류현진(2.99)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오직 두 명,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2.48)와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2.50)뿐이다. 

지난 3년간 35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에서는 제이콥 디그롬(2.08)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다. '반짝'의 기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 3년의 시간을 잘라서 봤을 때, 아시아 선수 중 평균자책점으로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온 선수는 없다. 또한 노모와 구로다는 은퇴했지만, 류현진은 현재 계약만으로도 2년 반 정도가 남은 펄펄한 현역이다. 이대로 꾸준히 뛴다면 은퇴할 때쯤 아시아의 전설적인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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