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런 개수는 물론 홈런의 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5년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정착한 이후,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그간 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정확한 숫자로 보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구 속도다. 누구나 잘 맞았다고 직감하는 타구 중에서도, 엄연한 차등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스윙 스피드, 콘택트 능력, 힘과 타격 기술이 모두 어우러져 나오는 총체적 산물이 바로 타구 속도다. 어느 정도는 힘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리 힘이 좋아도 제대로 맞지 않으면 타구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타구 속도는 타자의 타격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직관적 지표 중 하나가 됐다. 

그렇다면 이 방면의 최강자는 누구였을까. 지금은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잘 나갈 때의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은 괴물 같은 타구 속도를 뿜어내는 선수였다. 2017년은 절정이었다. 당시 마이애미 소속이었던 스탠튼은 2017년 개인 최다인 59개의 홈런을 때리며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스탠튼의 모든 ‘감’이 절정에 있을 시기였다.

당시 59개의 홈런의 질 또한 대단했다. 59홈런 중 무려 34개가 타구 속도 110마일(약 177㎞) 이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구 속도가 95마일(153㎞) 이상만 되어도 ‘하드히트’라고 해서 잘 맞은 타구로 친다. 스탠튼의 괴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그런데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는 30일(한국시간)까지 37개의 홈런을 쳤다. 50홈런은 가뿐히 넘길 페이스고, 6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느냐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이런 오타니는 37개 중 19개가 타구 속도 110마일 이상의 홈런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더 많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도입 후 역대 공동 3위 기록이다. 2019년 게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그리고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가 나란히 19개의 110마일 이상 홈런을 기록했다. 오타니에게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다.

역대 1위는 스탠튼, 역대 2위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다. 역시 힘과 타구 속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저지는 2017년 52개의 홈런을 쳤고 이중 25개가 타구 속도 110마일 이상이었다. 지금 페이스라면 오타니가 저지를 넘어설 것은 매우 유력하다. 이 방면의 최고수이자, 적어도 타구 속도만 놓고 보면 다시는 안 깨질 것 같았던 2017년 스탠튼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를 운운하는 사람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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