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보스턴(미 매사추세츠주), 조미예 특파원] “기다려 줘서 고마워~”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6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기분 좋은 10승을 거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4)은 또 한 번 훈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퇴근길에 보여준 팬 서비스였습니다. 

30일(한국시간) 펜웨이 파크에서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이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향합니다. 이제 진짜 홈구장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이에 류현진은 “너무 기대된다. 우리도 드디어 진짜 홈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로저스 센터로 향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기에 마음도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구장 앞에 선수들이 탑승할 버스 4대가 줄지어 대기 중이었고, 몇몇 팬들이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기다림과는 달리 선수들은 모두 버스로 바로 올라탔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인을 해주기엔 선수와 팬과의 사이가 너무 멀었습니다. 양쪽에서 팔을 뻗어도 닿기 힘들 정도의 거리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과의 거리를 벌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이 상황에서도 한 꼬마팬에게 사인볼을 건넸습니다. 지인인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류현진은 경기장을 나오면서 계속 팬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습니다. 류현진의 왼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른손엔 사인볼이 있습니다. 
통역 박준성 씨가 손을 들어 꼬마팬과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류현진도 그 꼬마를 향해 다가갑니다. 

이때 팬들이 모두 “류”를 외치며 사인볼을 요청할 때, 박준성 씨와 류현진은 한 꼬마팬을 콕 찍어 전달했습니다. 

그러고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류현진에게 사인볼을 받은 그 주인공입니다. 이름은 ‘cane’입니다. 
 
이렇게 준비된 사인볼을 받을 수 있는 건, 지인이거나 사연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류현진은 경기 전에 꼬마팬과 약속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등판 당일 자신의 루틴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자들이 선발 투수에게는 말을 건네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내려져 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토론토 블루제이스 옷과 모자를 쓴 꼬마 팬이 경기 전, 류현진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간절하게 요청을 했던 것. 류현진은 “선발 당일, 등판 전에는 사인을 안 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경기 끝나고 줄 테니 기다려 줄 수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꼬마 팬은 “알겠다”라고 했고, 류현진은 클럽하우스에서 야구 공에 사인을 미리 해뒀습니다. 약속했던 꼬마 팬에게 줄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끝난 직후 비는 갑자기 또 억수같이 내렸고, 이 팬이 기다려줄지 모를 상황. 류현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인볼을 손에 쥐고 나왔는데, 꼬마 팬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꼬마팬은 약속을 지킨 류현진이 고마웠고, 류현진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늦게까지 기다려준 팬이 고마웠습니다.

스포티비뉴스=보스턴(미 매사추세츠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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