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류현진이 19일(한국시간)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하고 완봉승을 달성했다. ⓒ버펄로(미 뉴욕주),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자신을 2선발로 ‘강등’ 시킨 이들을 향한 무력 시위와도 같았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3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시점은 물론 과정과 결과까지 모두 완벽한 타이밍으로 맞아떨어졌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간)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하고 5-0 완승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9승(5패)은 물론 지난해 토론토 이적 후 첫 번째 완봉승을 함께 수확했다.

지난해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라는 대형 FA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이적과 함께 에이스의 진가를 뽐냈다. 코로나19 여파와 홈구장(로저스센터)을 쓰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자기 몫을 다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반기 17경기 동안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98⅔이닝 39자책점)을 기록하고 토론토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 평가는 류현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전반기 막판, 현지 언론에서 류현진 대신 좌완투수 로비 레이를 에이스로 추켜세웠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6월과 7월 부진한 반면, 레이는 전반기 마지막 4경기에서 내리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구위 자체에서 앞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결국 류현진은 후반기 1선발 자리까지 위협받았다. 토론토가 후반기 첫 경기로 치른 17일 텍사스전 선봉장은 류현진이 아닌 레이였다.

물론 이날 경기 결과까지만 놓고 보면, 토론토 벤치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는 듯 보였다. 레이는 6⅔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10-2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만 볼 류현진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전날 우천취소로 등판이 하루 연기된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구속 150㎞의 직구와 낙차 큰 체인지업을 앞세워 토론토 이적 후 첫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직구와 변화구의 구위 자체도 뛰어났지만, 류현진의 에이스다운 기질을 엿볼 수 있는 하루였다.

인상적인 장면은 2회초 나왔다. 텍사스 선두타자 조이 갈로의 날카로운 타구가 외야 가운데로 향하던 상황. 토론토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는 앞으로 나와 공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타구는 뒤로 빠졌고, 이 사이 갈로는 3루까지 도달했다. 실책성 플레이가 섞였지만, 기록원은 이를 3루타로 인정했다.

투수로선 충분히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존 힉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뒤 엘라이 화이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리고 데이비드 달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시속 149㎞짜리 바깥쪽 꽉 찬 직구로 삼진을 낚아 실점을 막았다.

비슷한 상황은 토론토가 3-0으로 앞선 6회에도 재현됐다. 1사 후 네이트 로우의 타구를 좌익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처리하지 못하면서 2루타를 내줬다. 타구가 크긴 했지만, 구리엘이 낙구 지점을 전혀 판단하지 못하면서 2루타가 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번에도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워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자기 손으로 완봉승을 만들어냈다.

2선발 강등의 아픔을 실력으로 되갚은 류현진은 이제 메이저리그 무대 4번째 두 자릿수 승리 달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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