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시즌 뒤 옵트아웃 조항을 가지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선발투수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9마일(159.3㎞)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그런 수치를 찍는 선수가 있다.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33)이 그 주인공이다.

디그롬의 페이스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디그롬은 21일(한국시간) 현재 11경기에 나가 67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0.54를 기록 중이다. 첫 3~4경기 성적도 아닌, 11경기 평균자책점이 0.54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빛낸 그 어떤 투수도 첫 11경기 평균자책점이 0.54를 찍은 적은 없었다. 조정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724에 이른다.

디그롬은 2018년 이후 리그 최고 투수 대열에 올라섰다.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지난해는 이 투표에서 3위였다. 올해는 사이영상과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디그롬은 다른 투수들에 비해 ‘금전운’은 그렇게 신통치 않았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터뜨린 총액 3억2400만 달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선수나 혹은 그 정도 수준을 벌어들인 선수는 제법 있었다. 하지만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에 따르면 디그롬은 작년까지 고작(?) 5000만 달러를 조금 넘게 벌어들였을 뿐이다.

디그롬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전 서둘러 5년 연장 계약을 맺은 뉴욕 메츠의 선택이 대박으로 돌아온 것이다. 메츠는 지난 2019년 연봉조정 2년차 대상자였던 디그롬과 5년 1억3750만 달러에 계약했다. 메츠와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컸던 디그롬은 굳이 FA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이 덕에 연봉조정기간 막판 벌어들인 돈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을지 몰라도, FA 자격이 뒤로 늦춰지면서 인생 전체의 총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그롬은 2023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으며, 메츠는 2024년 3250만 달러의 팀 옵션을 가지고 있다. 실행 여부는 그때 가서 봐야겠으나 요새 시세를 생각하면 이 또한 그렇게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그냥 FA가 됐다면, 올 시즌을 앞두고 콜과 더불어 3억 달러 계약을 맺은 투수가 됐을 수도 있다.

디그롬이 계약을 맺을 당시인 2019년 초와 달리, 지금은 연봉 3000만 달러 이상의 선수가 제법 된다. 디그롬은 메츠가 2024년 팀 옵션을 모두 실행해도 총 수입이 약 1억8200만 달러 정도에 그친다. 이미 평생 수입으로 3억5000만 달러 이상을 확보한 콜은 물론, 비교 대상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올해까지만 약 2억5700만 달러를 벌었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또한 올해까지 받은 연봉이 약 2억925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디그롬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을 수도 있다.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를 역대급 성적으로 마무리한 뒤 내년에도 건강을 증명할 수 있다면 디그롬의 시장 가치는 만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그롬은 완전한 FA 신분으로 자신 경력의 마지막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 건강이 관건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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