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시카고(미 일리노이주), 조미예 특파원] “그랜달이 잘 노리고 쳤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 수는 95개,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3.23에서 3.34로 소폭 상승했고, 시즌 4패(5승)째를 떠안았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1회였습니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뜬공 하나를 좌익수 구리엘 주니어가 낙구 지점을 잘못 예측해 2루타로 연결됐고, 그 후 1타점 적시타에 이어 투런포까지 허용하게 돼 1회에만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비에 탄식을 했던 미국 현지 기자는 찰리 몬토요 감독에게 1회 구리엘 주니어가 보여준 수비에 대한 생각을 직접적으로 물었습니다. 몬토요 감독은 “그 수비가 실점으로 연결됐다”라며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음을 알렸습니다. 

“구리엘이 타구를 잡았다면 류현진도 더 편하게 경기를 진행했을 것이고,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선수들은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만,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그 수비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아마도 구리엘도 자신이 잡았어야 하는 공이라고 말할 것이다.”

현지 언론도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구리엘 주니어가 1회에 보여준 수비는 어설프고, 좋지 못한 플레이였음을 알렸습니다. 이로 인해 실점으로 이어졌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류현진은 동료를 탓하기보단 호세 아브레유에게 맞은 적시타가 가장 아쉬웠다고 전했습니다. 그랜달에게 허용한 투런포는 구석으로 잘 던졌음에도 야스마니 그랜달이 잘 쳤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지만, 아브레유에게 던진 커터는 실투로 인해 적시타로 연결됐다면서 말이죠. 
2015 시즌부터 2018 시즌까지 4년이라는 기간 동안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류현진의 공을 직접 받았던 야스마니 그랜달. 류현진의 투구 스타일뿐만 아니라 타자 분석 방법, 노림수까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화이트삭스와 시리즈가 시작되는 첫날. 류현진은 훈련하러 그라운드에 나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랜달 찾기’였습니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생활 9년째. 원정을 가면 친했던 전 동료들과의 만남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올 시즌에만 리치 힐, 키케, 그레인키, 이번엔 야스마니 그랜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양 팀 훈련시간이 아예 어긋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그아웃을 나오면서 그랜달을 찾지 못했던 류현진은 외야에서 개인 훈련 준비를 했습니다. 본격적인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시선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격 훈련에 고정했습니다.  
크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야스마니 그랜달과 눈이 마주친 류현진입니다. 홈플레이트와 우측 외야 맨 끝까지 거리가 상당히 있지만 둘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마주한 11일. 야스마니 그랜달은 타석에, 류현진은 마운드에 올라 서로를 상대했습니다.  
류현진을 너무도 잘 알았던 야스마니 그랜달은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초구 88.8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으로 넘겼습니다. 초구 바깥쪽 공을 완전하게 노리고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보더라인에 걸치도록 잘 던졌지만, 그랜달도 이 코스를 노리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함께 투구를 분석하고 상대 타자 분석 방법도 공유했던 배터리였으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야스마니 그랜달이 볼넷을 얻어냈습니다. 류현진은 이때 체인지업 제구가 잘되지 않았고, 그랜달은 침착하게 공을 잘 골랐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류현진도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겁’을 좀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대결에서 류현진의 특기인 볼 배합과 제구가 빛을 발했습니다. '역시 류현진이네'라는 소리가 나올 명장면이었습니다. 
볼카운트 2-1에서 그랜달은 공 3개를 연속 파울로 쳐내며 끈질긴 대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때 류현진은 결정구를 꺼내들었습니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뚝 떨어지는 73.7마일 커브볼이었습니다.

야스마니 그랜달은 배트를 휘둘렀고, 배트 끝 부근에 제대로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공은 뚝 떨어졌고, 공은 포수 미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랜달의 배트는 크게 헛돌았고, 이닝이 마무리됐습니다. 

몬토요 감독은 첫 번째 대결에서 홈런을 허용하고, 두 번째 대결에서 볼넷 출루를 허용한 그랜달과의 세 번째 대결도 류현진이 직접 해결하게 했고, 그 결과 헛스윙으로 돌려세웠습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류현진입니다.  
몬토요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회에 흔들렸어도 경기를 유지하는 게 류현진이다”라며 칭찬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그가 하는 일을 했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본다. 제구가 그렇게 날카롭지는 못했지만 승부를 이어가기에는 충분했다.”

스포티비뉴스=시카고(미 일리노이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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