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물질 사용 의혹에서 아직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트레버 바우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트레버 바우어(30·LA 다저스)는 신시내티 소속 당시 ‘앙숙’인 게릿 콜(현 뉴욕 양키스)을 비롯, 휴스턴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바우어는 휴스턴 선수들이 이물질을 사용해 그립감을 높이고 있다고 확신했다.

피츠버그에서도 좋은 투수였던 콜은, 휴스턴 이적 후 기량이 만개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당회전수(RPM)가 높아지며 공 끝이 더 좋아진 게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콜은 이것이 휴스턴의 선진 시스템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한 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우어의 생각은 달랐다. 바우어는 “훈련만으로 그렇게 RPM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 몰래 1경기에서 이물질을 사용한 결과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실험 결과까지 공개했다.

바우어의 저격은 2~3년 뒤 메이저리그(MLB)를 강타하는 이슈가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최근 이물질 사용 적발시 10경기 출전 정지를 내리겠다고 경고했고, 공교롭게도 그 발표를 전후해 RPM이 떨어진 투수들은 모조리 의심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상위권 투수들을 분석한 결과, 정작 가장 의심을 받을 만한 선수는 바우어 자신이었다.

‘USA투데이’는 올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투수 10명의 4년간(2018~2021) 포심패스트볼 평균 RPM을 조사했다. ‘USA투데이’의 결론은 간단했다. 4년의 데이터를 놓고 봤을 때 9명의 투수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딱 한 명, 바우어만 비정상적이었다.

바우어의 2018년 포심 평균 RPM은 2322회, 2019년은 2410회였다. 그런데 바우어가 콜을 대놓고 저격할 쯤을 전후해 RPM이 높아졌다. 바우어의 2020년 RPM은 2779회로 전년 대비 369회나 늘어났다. 2021년 현재 RPM은 2822회로 정점을 찍었다.

‘USA투데이’는 “바우어는 높은 회전수에 의한 혜택을 가장 노골적으로 받은 투수였다”면서도 “공교롭게도 2018년 이후 포심 회전수가 500회나 늘어났다”고 의심했다. 바우어의 몇 년 전 말에 따르자면, 이건 훈련이나 체계적인 기술적 조정으로 높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바우어는 사무국 발표 다음인 애틀랜타 원정에서 RPM이 폭락했다. 바우어는 이미 시즌 초반 MLB 사무국에서 공을 회수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 경기마다 회전수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릿 콜
나머지 9명은 회전수가 거의 일정했다. 리그 최고 투수로 뽑히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의 포심 회전수는 2362-2389-2477-2425(2018~2021)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정도는 컨디션에 따라 경기마다도 오르내리는 범위 수준이다. 맥스 슈어저(워싱턴) 또한 2487-2474-2472-2483으로 아주 일정했다. 또 하나의 의심 투수였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또한 2543-2529-2595-2561로 2500대를 계속 찍었다.

바우어가 저격한 콜은 어떨까. 콜의 포심 RPM은 2379-2530-2505-2552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3년은 거의 동일한데, 문제는 콜이 2018년부터 휴스턴에서 뛰었다는 것. ‘USA투데이’는 “콜의 포심 RPM은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이후인 2018년 200회나 점프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최저 RPM이었던 지난 탬파베이전(사무국 징계 방침 발표 직후 열린 경기) 포심 RPM도 2436회로, 2018년보다는 높았다. 

결론적으로 가장 많이 떨어진 선수, 즉 가장 의심스러운 선수는 바우어였다. 바우어는 애틀랜타전 이후 떨어진 RPM에 대한 질문에 "지역이 덥고 습해서"라는 답변을 내놨으나 모든 것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바우어는 계속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2020년 사이영상 수상과 다저스와 맺은 3년 1억200만 달러(약 1135억 원) 계약 또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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