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안성기. 제공|엣나인필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국민배우 안성기(69)가 돌아왔다. 건재한 모습으로. 그의 복귀작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제작 영화사 혼).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의 아픔을 다룬 작품이다.

오는 5월 12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안성기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하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안성기는 평범한 대리운전 기사처럼 보이지만 매일 밤 1980년 광주의 기억에 악몽을 꾸는 인물 오채근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었다.

안성기가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에 출연한 건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 이후 11년 만이다. 안성기는 "(선택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며 "저예산영화다보니까 현장이 활기차게 돌아가지는 못했다. 전부 힘을 모아서 이렇게 만든 영화라 더 기억에 남고 추억이 남는 영화가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광주에서 첫 시사회를 했어요. 끝나고 나니까 우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시사회를 진행하시던 사회자도 계속 우시면서 진행을 하셨고요. '아, 끝난 일이 아니구나, 아직 이 슬픔이 계속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는 안성기는 "그 당시에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고 한참이나 지난 다음에야 진상을 알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광주의 이야기가 슬픈 이야기고 우리에게 힘든 이야기지만, '아들의 이름으로'라는 시나리오, 그 내용이 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당시 미안한 마음 이런 것들은 대부분 국민들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화려한 휴가'나 '아들의 이름으로' 등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좀 더 저의 마음을 움직였을 수 있지요…. 현재나 예전이나 아직까지도 그 응어리가 남아있습니다. 그 아픔,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것 때문에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 거론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영화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 같고요."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안성기. 제공|엣나인필름
안성기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한편, 노개런티 출연으로 더욱 힘을 보탰다. 이정국 감독이 출연을 제안하던 당시부터 설명을 들었고, 기꺼이 출연료 없이 뜻 있고 힘 있는 영화에 함께하기로 했다.

다만 제작비가 워낙 적다 보니 분장 담당, 의상 담당도 따로 스태프가 없었다고. 극중 안성기의 의상은 모두 본인의 옷이거나 직접 공수한 것이다. 피가 나는 상처 분장을 안성기가 직접 해내기도 했다. 주요 단역들은 대부분 촬영지였던 광주의 시민들이 맡았다. 주 배경이 되는 식당의 주인이 식당 주인으로 그대로 출연하는 식이다.

안성기는 "그런 것들이 할 때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며 "사람들도 다 떠오르고. 장면들도 많이 오래 남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웃음지었다.

"(영화인으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저예산영화가 많은데, 좋은 작품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그만한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해서 그것을 외면하면 안된다고. 그렇게 쭉 해왔고요."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안성기. 제공|엣나인필름
안성기의 이번 영화 개봉은 그의 건재함을 알리는 무대이기도 했다. 지난해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이상으로 우려를 샀던 안성기는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을 앞두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공식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눈길을 모았다.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안성기는 "컨디션 아주 좋다.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이상한데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난 시사회 때보다 더욱 밝은 표정이었다. 개봉을 앞두고선 다시 광주로 가서 전국최초시사회 무대인사에 나서 광주의 관객들을 만난 터다.

그는 "원래 작년에 개봉을 하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1년을 늦춰서 이번에 개봉을 하게 됐다"며 "스크린으로나마 이렇게 대면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반갑고 기쁜 일이다. 얼마나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안성기는 이번 작품에서 각종 몸싸움 등 여러 액션까지 대역없이 직접 소화했다. 군살없이 탄탄한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고스란히 한 안성기는 "액션 장면은 잠깐 나오지만 굉장히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로서도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해서 사실은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귀띔했다.

그는 "건강관리는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 해왔다"며 "몸이 무거워지는 것, 이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운동을 해서 늘 몸무게도 비슷하게 유지를 하고 있다"고 기본에 충실한 건강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안성기. 제공|엣나인필름
안성기는 최근 영화계의 경사가 된 윤여정의 아카데미에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미나리'로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기쁨이 됐다. 앞서 지난해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안성기는 한국영화인들의 잇단 쾌거에 "영화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워할 일"이라며 "이번에 윤여정씨의 '미나리' 수상은 뭐라고 축하해줘도 모자랄 만큼 축하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우리 영화인들이 역량은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성기는 "니아 이야기하기에는 윤여정 선배까지 나가서 했는데, 나이 이야기하기는 뭣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52년생 안성기보다 5살이 위다.

안성기는 "할리우드는 생각 안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나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싶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올해로 연기 생활 64년. 관록의 국민배우 안성기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영화와 극장이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나의 원동력은 영화 자체"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매력, 영화의 힘 이런 것들이 저로 하여금 (연기를) 계속하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계속 하게 될 것입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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