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에서는 리그 특급의 성적을 찍고 있는 김광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 시즌 첫 등판에서 3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다소 고전했다. 시즌 첫 등판이기는 했지만 분명 좋은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데 보름여 뒤 만난 30일 경기, 같은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안타 7개를 맞기는 했지만 사실 타구 속도가 느린, 코스가 좋은 빗맞은 안타도 제법 있었다.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고, 3회 리얼무토에게 맞은 적시 2루타를 제외하면 상대 예봉을 꺾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기도 했다.

물론 보름 사이 김광현의 컨디션이 올라온 것이 확 달라진 주요 원인이다. 당시보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1~2㎞ 정도 올라왔다. 이날 김광현은 1회부터 90마일(145㎞)의 공을 꾸준하게 던졌다. 슬라이더의 각도 당시보다는 날카로웠다. 그러나 경기장 환경도 무시할 수 없었던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낯선 시티즌스뱅크파크보다는, 편한 부시스타디움이 더 좋았다. 

실제 김광현은 홈에서는 거의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세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타 구장에 비해 홈런이 덜 나오는 구장이기는 하지만, 김광현이 확실히 편하게 던진다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느낄 수 있다. 성적에서도 드러난다.

김광현은 지난해부터 30일까지 홈에서 총 6경기, 28⅔이닝을 소화했다. 이 6경기에서 김광현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면서 3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26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같은 기간 홈에서 25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를 기준으로 할 때, 홈 평균자책점은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다. 2위는 크리스티안 하비에르(휴스턴)로 1.37, 3위는 지난해 팀 동료였던 오스틴 곰버(콜로라도)로 1.42다. 리그 최고 투수인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1.50,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셰인 비버(클리블랜드)도 1.78로 잘 던졌지만 김광현의 기록이 조금 더 좋다.

평균자책점 1.26은 지난해 첫 등판(불펜 출전)이 포함된 것이다. 선발로만 따지면 통산 홈 평균자책점은 0.98까지 떨어진다.

김광현은 지난해 8월 23일 신시내티전에서 6이닝 무실점, 8월 28일 피츠버그전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 그리고 9월 25일 밀워키전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올해도 두 차례의 홈 경기 등판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2실점만 허용했다. 홈에서는 자신감을 가질 법한 표본이 쌓여가고 있다.

김광현은 2000년 이후 홈에서 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세인트루이스의 7번째 투수이기도 하다. 애덤 웨인라이트, 마일스 마이콜라스, 랜스 린, 하이메 가르시아, 크리스 카펜터, 제프 수판, 그리고 김광현만이 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투수들은 시즌의 절반 정도를 홈에서 치른다. 홈에서 강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나쁠 게 없다. 세인트루이스도 재계약을 진지하게 고려할 만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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