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최고 좌완 중 하나로 명성을 떨쳤던 기쿠치는 대대로 일본인 선수와 친화적인 시애틀과 최대 7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지금 봐도 조금 복잡하다. 우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4300만 달러는 불변의 보장이다. 문제는 2021년 이후, 즉 올 시즌이 끝난 뒤의 조항이다.
2021년 시즌 후 시애틀과 기쿠치 모두에게 옵션 조항이 있다. 시애틀은 올 시즌 뒤 옵션 실행을 통해 기쿠치를 4년간 더 보유할 수 있다. 이 경우 4년간 6600만 달러를 더 보장한다. 7년 총액 1억9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이 되는 셈이다. 구단이 싫어도 기쿠치는 1년 더 시애틀에 머물 수 있다. 기쿠치는 2022년 1300만 달러의 선수 옵션을 가지고 있다. 기쿠치가 원할 경우 최소 4년 5600만 달러는 보장된다.
시애틀의 머리는 지금 복잡하다. 계약 당시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쿠치는 2019년 32경기에서 161⅔이닝을 소화했으나 6승11패 평균자책점 5.46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스프링트레이닝에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대로였다. 9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17에 머물렀다. 돈값을 거의 못했다. 대체선수 수준의 활약상이었다.
만약 올해도 그런 성적이라면, 시애틀은 구단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기쿠치는 내년 연봉 1300만 달러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쿠치도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30일(한국시간) 휴스턴과 경기에서는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리를 낚았다. 최근 두 경기에서 부진해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4.40으로 낮췄다.
6회까지는 노히터 투구였고, 1-0으로 앞서 7회 선두 브레그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노히터 타자 수를 19타자로 늘렸다. 그러나 20번째 타자인 코레아에게 2루타를 맞고 노히터가 깨졌다. 다만 실점하지 않고 7회를 마쳤고, 불펜이 1점 리드를 지킨 끝에 승리가 올라갔다.
이날 기쿠치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6.4마일(155.1㎞)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도 95.3마일(153.4㎞)에 이르렀다. 이는 기쿠치의 시즌 평균보다 1㎞ 가량 높은 것으로 단연 올 시즌 최고 수치였다. 이날 포심패스트볼의 헛스윙 비율은 무려 50%에 이를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또한 인상적이었다. 제구 또한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휴스턴 타선을 꽁꽁 묶었다.
기쿠치로서도 FA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시애틀이 4년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애틀이 옵션을 포기한다면 기쿠치는 내년 1300만 달러를 선택하거나 시장에 나가야 한다. 결국 올해 잘해야 내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FA로이드는 때로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기쿠치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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