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디어 몰리나 없는 경기에서도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인 김광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팀의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39)와 계속해서 호흡을 맞췄다. 3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전 이전까지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 이닝은 총 43⅓이닝. 반면 맷 위터스는 3⅔이닝, 앤드루 키즈너는 ⅔이닝에 그쳤다.

몰리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 메이저리그에서만 2000경기를 넘게 소화한 그는 투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지점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김광현도 그런 몰리나의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메이저리그 첫 시즌,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몰리나 또한 그간 과소평가됐던 김광현의 커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볼 배합을 선보였다.

그런데 30일 경기에서는 몰리나가 없었다. 발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갔기 때문이다. 수비는 물론 올 시즌 공격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터라 더 아쉬웠다. 백업 포수인 키즈너는 여러 측면에서 몰리나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포수. 몇몇 투수들이 키즈너를 편하게 생각하는 점도 있지만 키즈너와 딱 ⅔이닝 호흡을 맞춰본 김광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김광현은 보란 듯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김광현은 30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삼진 4개를 잡아내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인 끝에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3-1로 앞선 7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해 시즌 2승 달성은 실패했으나 평균자책점을 종전 4.15에서 3.29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몰리나나 키즈너나 세인트루이스 전력분석팀이 제공한 데이터를 보고 들어온다. 사전에 볼 배합에 대해서는 투수와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 상황에 유리하게 순간적으로 계획을 트는 것은 포수의 몫이다. 여기서 김광현은 몇 차례 사인을 직접 내거나 혹은 고개를 흔드는 장면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키즈너에 맡겼지만, 몇몇 부분은 자기주도적으로 투구를 했다는 의미였다.

첫 등판이자 같은 팀을 상대로 한 18일 경기와 비교하면 볼 배합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몰리나와 호흡을 맞춘 18일에는 포심패스트볼이 44%, 슬라이더가 38%, 커브가 9%, 체인지업이 9%였다. 하지만 30일에는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다. 슬라이더가 44%로 포심(40%)보다 더 높은 구사율을 보였다. 커브는 8%, 체인지업은 7%였다. 커브는 결정적인 순간만 써 헛스윙을 유도했고, 대신 슬라이더로 파울을 유도하며 카운트를 잡아갔다. 7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몇몇은 타구 속도가 느린, 불운한 빗맞은 안타였다.

김광현은 경기 후 이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해 이제는 적응하는 단계라고 이야기했다. 김광현은 “저번 경기에 안 좋았기 때문에 어떤 공을 맞았는지, 타자별로 어떤 공에 강한지 공부를 했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적응하는 것 같다. 조금씩은 뭘 노리는지, 무슨 구종을 노리는지, 뭐에 강한지를 알면서 좀 더 발전하는 시즌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김광현의 2년차를 바라보는 화두 중 하나는 상대 타자의 적응이었다. 지난해는 거의 모든 타자들이 김광현을 처음 봤고, 단축시즌 탓에 자주 볼 기회가 없었다. 올해는 더 분석하고 적응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상대 타자의 적응 속도 이상으로 김광현의 적응 속도가 더 빠르다. 더 똑똑해지고 있는 김광현이 2년차 성공 가도를 스스로의 힘으로 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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