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메츠는 제이콥 디그롬(사진)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은 그대로였다. 항상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운도 그대로였다. 잘 던져도 좀처럼 승리가 따라오지 않았다.

디그롬은 2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리그 최고 수준의 타선인 보스턴을 상대로 허용한 안타는 3개, 반대로 잡은 삼진은 9개에 이르렀다.

디그롬은 이날 탈삼진 9개를 추가하며 리그 역사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종전 개막 후 5경기 기준 최다 탈삼진 기록은 1978년 전설적인 이름인 놀란 라이언이 가지고 있었다. 당시 라이언은 5경기에서 5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런데 디그롬도 똑같이 59개를 기록하며 라이언과 같은 위치에 섰다. 현역 선수 최다 기록인 올해 셰인 비버(클리블랜드·57개)의 기록은 넘어섰다.

하지만 승리투수가 되지도 못했고, 팀도 어이 없이(?) 졌다. 디그롬이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것에 이어 나머지 세 명의 불펜투수도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음에도 타선이 0점으로 침묵한 것이다. 잘 던진 디그롬에게는 패전이 올라갔고, 메츠의 5할 승률도 무너졌다.

디그롬은 리그 최고의 투수다. 2013년 데뷔, 2014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4승)를 달성했다. 2017년 15승에 이어 2018년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1.70)을 기록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특급으로 발돋움했다. 디그롬은 그 후에도 특별한 기복 없이 항상 특급 기량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디그롬은 통산 89번째 1실점 이하 경기를 달성했다. 2014년 이후 리그 최다 기록(2위 맥스 슈어저 85회)이다. 

그런데 메츠는 그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이날은 디그롬이 ‘6이닝 이상, 1실점 이하’ 투구를 한 경기에서 메츠가 패배한 19번째 경기였다. 선발이 6이닝 1실점 이하를 기록했다면 보통 팀은 이겨야 정상이다. 그러나 메츠는 그렇지 못했고, 디그롬은 불펜과 타선이 모두 도와주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1에도 불구하고 2승2패에 머물고 있다.

메츠는 스티브 코헨 구단주가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올스타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는 10년 3억41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디그롬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는 메츠임은 분명하다. 디그롬이 언제까지 이런 든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때 후회해봐야 늦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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