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발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신고한 김광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은 SK(현 SSG)에서 뛰던 시절 달리기를 잘한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투수의 기본은 러닝인데, 김광현은 러닝에서 최정상급이라는 게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평가였다.

보통 야구 선수들, 특히 야수들은 100m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한 번에 100m를 뛸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신 30m 단거리 달리기가 중요한데, 이것은 아무래도 준족의 야수들이 빠르다. 그러나 만약 100m 달리기를 한다면 김광현이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그런 평가가 24일(한국시간) 제대로 증명됐다. 김광현은 24일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8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리그 OPS 1위인 신시내티 강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자신의 기량을 의심했던 일부 회의론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마운드에서만 빛난 게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전에서 예사롭지 않은 타격 능력을 보였던 김광현은 3회 첫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상대 선발 소니 그레이의 변화구를 건드렸는데 이게 빗맞으면서 투수와 3루수 사이로 굴렀다. 그레이가 잡아 급히 1루로 던졌지만 김광현은 이미 1루에 도달하고도 남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애매한 타구라도 해도 발이 느린 타자라면 아웃이 될 수도 있었다. 투수들은 부상 위험 때문에 전력 질주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잘 쓰지 않는 근육을 갑자기 쓰면 이상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광현은 달랐다. 

이날 현지 중계진은 ‘스탯캐스트’의 공식 수치를 바탕으로 김광현의 이른바 ‘스프린트 스피드’가 대략 초당 28피트(약 8.53m)였다고 공개했다. 스피드가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의 수준인데, 리그 평균이 초당 27피트(약 8.22m)임을 생각하면 리그 평균보다 더 빠른 선수였다는 것이다. 투수로서 이 정도 스피드를 내는 선수는 거의 없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정도가 최정상급에 있다.

팀 내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최고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는 토미 에드먼으로 초당 28.2피트다. 그 다음이 딜런 칼슨으로 27.8피트, 오스틴 딘이 27.6피트로 뒤를 따른다. 물론 김광현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표본이 많지 않아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작정하고 달리면 팀 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빠르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난해 추신수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초당 25.9피트였고, 신체 능력이 절정이었던 2015년 강정호의 경우는 초당 26.7피트였다. 김광현의 이날 질주가 중계진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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