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위력적인 구속을 선보이고 있는 LG 마무리 고우석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SSG 타자들은 방망이를 휘두른 뒤 연신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울을 치며 버텨봤지만,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은 투수의 공이 타자들의 기를 압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했다.

LG 클로저 고우석(23)이 SSG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던 주인공이다. 고우석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9회 등판, 1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시즌 세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흠 잡을 곳 없는 투구로 선발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승리를 지켰다. 고우석이 이닝의 문을 닫으며 LG도 위닝시리즈, 그리고 중간 순위 단독 선두 점프를 확정지었다.

무시무시한 강속구였다. 선두 추신수를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패스트볼 대처에 아주 능한 선수. 9일에는 고우석을 상대로 1·2루간을 뚫는 우전 안타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고우석의 2구째 154㎞ 포심패스트볼에 타이밍이 조금 늦었고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추신수라는 큰 산을 넘긴 고우석의 투구는 더 거침이 없어졌다. 오태곤과 최주환을 연거푸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오태곤에게 던진 4구는 155㎞ 포심패스트볼, 최주환에게 던진 3구는 149㎞ 컷패스트볼이었다. 다른 투수들은 포심도 149㎞를 못 던지는 판에, 고우석의 커터는 엄청난 속도로 좌타자 몸쪽을 파고 들었다.

이날 고우석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5㎞, 컷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까지 찍혔다. 9일에도 최고 156㎞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고, 155㎞짜리 포심패스트볼이 무려 5개나 됐다. 슬라이더를 굳이 많이 던질 필요 없이 포심과 커터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사실 이 구속에 아주 정교한 제구는 필요 없어 보일 정도였다.

원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구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였다. 그러나 무릎 등 자신을 괴롭히던 잔부상에서 완전히 탈출한 지금은 구속이 더 업그레이드됐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우석의 올해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무려 153.8㎞다. 커터가 다소 섞여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54~155㎞의 포심을 어렵지 않게 던지고 있다.

근래 들어 가장 공이 빠른 전업 마무리는 조상우(키움)였다. 조상우는 2019년 포심 평균 152.2㎞를 던졌다.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안우진(키움)이 지난해 152.3㎞를 기록했고, 올해 장재영(키움)이 빠른 공을 던지고는 있으나 고우석보다는 살짝 못 미친다. 고우석의 이 속도가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역사적인 속도를 자랑하는 토종 클로저의 시작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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