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 주말 K리그 현장을 연이어 찾았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주말 K리그 경기 현장을 연이어 찾았다. 하지만, 한일전 참패 및 불통 논란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 방문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게 보인다.

지난 325일은 한국 축구에 치욕의 날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0-3 참패를 당했다. 2011년 8월 0-3으로 패한 삿포로 참사에 이은 또 하나의 참사로 기록될 경기였다.

한일전 성사 때부터 환영 기류는 아니었다. 코로나19 위험 속에서 무리하게 일본 원정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제 논리를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2020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 분위기를 띄우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에 이용만 당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본의 들러리가 됐다.

대표팀 스스로도 문제를 키웠다. 선수 소집 과정에서 벤투 감독의 불통이 논란이 됐다. 최초 명단 발표에서 울산 현대 소속 선수 6(최종 7)을 발탁한 게 발단이 됐는데, 리그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홍철을 선발한 것이 문제였다. 얼마 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던 홍명보 울산 감독도 벤투 감독의 컨디션 확인 체크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가장 큰 문제는 불통이었다.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부임 후 약 2년 반의 시간 동안 K리그 현장을 꾸준히 찾을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선수 명단 발표 때는 각 구단 및 감독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번 한일전 역시 컨디션이 최상인 선수들이 선발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참패였다. 과거 한일전에 나섰던 대표팀의 투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사과문까지 발표할 정도로 상처만 남긴 한일전. 그로부터 3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벤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도 조용히 귀국해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동일 집단 격리 후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벤투 감독은 격리 해제 후 다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10FC서울-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1 9라운드 경기 관전을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11일에는 수원FC-울산 현대의 경기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에 나타났다. 모두 한일전에 나섰던 선수 다수가 있는 팀 경기였다.

벤투 감독의 부지런한 경기장 방문은 한일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빠진 듯하다. 그가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할 수 없지만, 순서가 틀렸다. 정 회장이 직접 사과문에서 구단과 지도자 등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대화하겠다라고 자기반성을 했는데,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제대로 못 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아직이다.

더 나아가, 이번 한일전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했다. 수많은 논란을 남겼는데도,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현장을 바삐 돌아다니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단순히 정 회장의 사과문 하나로 끝나기엔, 이번 한일전 참사는 한국 축구에 너무나 뼈아픈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오는 6월에 재개된다. 지난 한 달 사이 벤투호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의문이 쏟아졌는데, 지금처럼 아무런 비전, 해결책 제시 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새롭게 달라진 대표팀, 기쁨과 희망을 주는 대표팀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형식적인 사과문은 이제 너무 뻔하지 않은가.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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