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활약에 앞서 번뜩이는 센스를 보여주고 있는 추신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추신수(39·SSG)는 개막 로스터에 합류해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그 어떤 선수보다 준비가 덜 된 선수일지 모른다. 선수단에 합류한 지 이제 한 달이 됐다. 첫 실전에 나선 지는 한 달도 안 됐다.

가뜩이나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 루틴에 익숙한 선수다. 선수 스스로도 시범경기 일정을 한창 치르던 도중 이에 대해서 다소간의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충분히 예열을 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자신의 페이스가 있는데, 이를 상당 부분 생략하고 정규시즌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100%가 아닌 컨디션은 성적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추신수는 11일까지 첫 7경기에서 타율은 0.217에 머물렀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681이다. 개막 후 첫 10타수가 무안타로 출발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4경기만 놓고 보면 타율 0.385에 OPS는 1.082다. 홈런을 하나 기록하기도 했다. 실전 감각이 쌓여가고 있어 이번 주, 혹은 다음 주부터는 비교적 정상적인 페이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눈이 살아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SSG 내부에서도 “선구안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에서 몸으로 가는 감각만 깨어나면 활약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센스’는 이미 발동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 팀은 추신수를 상대로 매번 시프트를 걸고 있다. 3루 쪽에 수비수를 덜 배치하는 대신, 1·2루간에 수비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는 2루수가 아예 외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당황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시프트에 너무나도 익숙한 선수다. 이에 대처하는 심리적 준비, 그리고 기술적 준비가 되어 있다.

기습번트는 하나의 방법이다. 9일 잠실 LG전에서는 상대 3루 수비가 헐거운 것을 보고 번트를 대 유유히 1루에 가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중요한 순간에 상대가 과감한 시프트를 걸기 어려워진다. 안타 하나 이상의 의미다. 

추신수의 센스가 돋보이는 것은 도루 장면에서도 나온다. 추신수는 4일 인천 롯데전, 10일 잠실 LG전에서 도루 하나씩을 성공시켰다. 나이 마흔의 추신수 주력이 예전만 하지는 않지만, 투수의 셋포지션 동작과 상대 배터리의 움직임을 보고 미리 스타트를 끊어 역시 여유 있게 2루에 들어갔다. 이제 KBO리그 배터리들은 “추신수도 언제든지 뛸 수 있다”고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원형 SSG 감독은 1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추신수의 도루에 대해 “벤치에서 사인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건 본인의 센스라고 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앞으로도 벤치에서 웬만하면 사인을 주지는 않겠지만 추신수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2루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KBO리그 경험이 쌓일수록 추신수의 센스가 고비 때마다 빛이 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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