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안치홍이 11일 사직 키움전에서 2회말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면 계속해 반복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안치홍(31)의 붙박이 1번타자 출격이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2월과 3월 진행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타순 변화를 크게 가져갔다. 대표적인 자리는 1번이었다. 정훈부터 김재유, 안치홍 그리고 신인 나승엽 등을 배치하면서 최적의 구성을 고민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실험의 마침표를 찍은, 최종 선택은 안치홍이었다. 안치홍은 4일 인천 SSG 랜더스와 개막전부터 계속해서 붙박이 1번으로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성공적으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안치홍은 7경기에서 타율 0.333 1홈런 5타점 4득점으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리드오프로서 빠른 발은 아니지만, 출루율 5할을 기록하면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살려내는 중이다.

사실 안치홍은 커리어 내내 1번과는 거리가 멀었다. KIA 타이거즈 시절인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을 살펴보면, 1번에서의 타석수는 156개로 8번(122개) 다음으로 적었다. 가장 많은 타석수는 6번(1140개)으로 1번과는 7~8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

지난해 롯데로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1번에서의 타석수는 고작 5번뿐이었다. 대신 7번(188개)이나 5번(101개)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안치홍이었다.

그런데도 안치홍이 최근 계속해서 1번 자리를 맡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볼넷이다. 출루가 최우선 목표인 1번다운 ‘눈 야구’ 전략으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는 중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잘 드러난 경기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이었다. 안치홍은 사흘 동안 무려 8개의 볼넷(고의4구 1개 포함)을 골라내면서 출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1차전에서 볼넷 3개를 얻어낸 안치홍은 2차전에서 2개를 골라낸 뒤 3차전에서도 10회말 고의4구 1개를 포함해 볼넷 3개를 기록하면서 리드오프로서의 몫을 다했다. 다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이 1차례만 이뤄진 점이 아쉬운 롯데였다.

▲ 롯데 안치홍.
안치홍은 지난해 1월 롯데로 이적하면서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KBO리그에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호옵션이 포함된 2+2년 최대 56억 원이라는 이색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안치홍과 롯데 모두 FA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의 성적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124경기 성적은 타율 0.286 8홈런 54타점 49득점. 중대형 FA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은 기대치가 떨어지는 기록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잔류와 이적 사이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될 안치홍은 사실상 예비 FA의 자세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개막 전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부진은 결국 내 잘못이다”면서 “지금은 2년 전과 상황은 비슷하지만, 내 위치는 다르다. 당시에는 첫 FA를 앞둔 11년차 선수라고 한다면, 지금은 그저 롯데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야 할 2년차 신예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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