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타자 강점을 살려 1군 진입을 노리는 박시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마추어 시절 야구를 잘했던 선수였다. 드래프트 지명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찾아온 고3병. 그간 쌓아온 기량과 평가가 고등학교 3학년, 1년에 모두 무너졌다. 박시후(20·SSG)는 “뭘 던져도 공이 안 갔다. 스스로도 실망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도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하위 라운드 순번으로 와도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인천고 숙소에서 지명을 기다리던 박시후는 90번이 넘어가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97번이 넘어가자 그는 “기대는 했는데, 숙소에서 보고 있었는데 지명이 안 될 것 같았다. 포기하고 나가려던 차였다”고 떠올린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마지막 순번, 100번째에서 SSG의 전신인 SK가 그를 호명했다.

당시 드래프트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10라운드 선수는 지역 연고팀에서 뽑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박시후가 10라운드까지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별다른 고민 없이 박시후를 선택했다”고 떠올린다. 극적으로 지명된 박시후는 “문고리 잡은 셈”이라고 씩 웃더니 “그래도 뽑혔으니 좋았다”고 했다.

프로에서의 성공은 지명 순이 아니라고 했다. 박시후 또한 그 명제를 보여주려고 마음먹는다. 사실 고2때까지만 해도 지명 순위가 100번으로 밀릴 선수는 아니었다. 슬럼프 탈출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신인 시즌 그 전환점을 마련했다. 1군 콜업은 없었지만 2군에서 33경기에 나가 36이닝을 던졌다. 신인치고는 제법 많은 출장이었다. 경기 수와 이닝을 따지면 그는 100번째 선수가 아니었다. 조금씩 추월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SSG 1군에는 김태훈 김택형 등 좌완 불펜 선수들이 있다. 김정빈 오원석 등도 선발 경쟁 여부에 따라 불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빡빡한 자리. 하지만 박시후도 2군에서 추천하는 다크호스다. 최창호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슬라이더를 날카롭게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1군 콜업을 염두에 두고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자주 기용됐다. 패스트볼 구속도 140㎞대 초반까지 올라오는 등 뚜렷한 상승세다. 이 정도 성장세라면 좌타자를 잡는 용도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박시후도 “굉장히 많은 경험을 쌓았다. 기회를 많이 주셨다. 계속 성장해나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올해도 안 아프고, 작년처럼 많은 경기에 뛰었으면 좋겠다. 1군 붙박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빨리 1군 경험을 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올해 목표를 드러냈다.

가지고 있는 장점은 공의 움직임이다. 박시후도 “구속을 높이면 좋겠지만 가지고 있는 밸런스가 흔들릴 수도 있으니 일단 무브먼트를 극대화하려고 한다”면서 “작년에는 투심과 슬라이더로 시작해 후반에는 체인지업도 던졌다. 올해는 체인지업, 커브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계속해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순번은 숫자에 불과하다. 박시후는 1군 콜업으로 그것을 증명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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