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한 정동윤은 선발투수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춘 선수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

동료들의 조언 하나하나가 가슴을 찔렀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단점은 모두 들킨 듯한 기분에 뒤로 숨고 싶었다. 정동윤(24·SSG)은 “고민하는 건 내 습관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국군체육부대(상무)의 동료들은 정동윤의 단점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들은 “그냥 세게 던져봐”라고 격려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SSG의 전신인 SK의 2016년 1차 지명을 받은 정동윤은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미완’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대기’에 포커스를 맞추느냐는 사람마다 달랐지만 어쨌든 1군의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항상 1군 콜업 순위에서 앞 순번이었지만, 정작 1군에 가서는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입대했다.

193㎝의 건장한 체격, 유연한 신체, 1군의 모든 투수를 포함해도 톱클래스인 천부적인 손 감각, 다양한 변화구 등 성공 조건을 두루 갖춘 선수다. 여기까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작 마운드에서는 자신의 공을 다 던지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던졌다. 그러다보니 자주 폼도 바뀌고, 자주 생각도 바뀌었다. 잠시 고민하던 정동윤은 “계속 모든 게 바뀌었다. 자기 것이 없었던 투수”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막판 성적이 좋았지만 정동윤은 고개를 흔든다. 그는 “컨디션이 맞아서 된 것이지, 내 것으로 된 게 아니었다. 그러니 금방 사라지더라.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쓴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 정동윤을 안타까워한 것은 상무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창민(삼성), 엄상백(kt)과 같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조언하기도 했다. 

정동윤은 이제는 헤어진 동료들에게 고마워한다. “군대에 있으면 시간이 많으니 이것저것 다 해봤다”고 운을 뗀 정동윤은 “좋은 선수들이 상무에 많이 온다. 심창민 선수, 엄상백 선수랑 친해져서 많이 물어봤다. 매커닉적으로 많이 물어보고, 노하우,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던지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다 물어봤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 시간이 자신의 것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들은 “너무 생각이 많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세게 던져라”고 응원했다.

지금도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군에는 체중도 감량했다. 얼굴부터 갸름해졌고, 목소리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제대 후에는 강화에서 계속 공을 던졌다. 정동윤은 “코칭스태프께서 고칠 건 없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하시더라. 어쨌든 내 숙제는 구속이다. 매커닉, 트레이닝도 모두 구속에 포커스를 맞추고 한다”면서 “공이 빠르면 제구가 없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공이 빨라지는 건 그만큼 밸런스가 좋아지고 힘을 썼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군에 가기 전에는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나보다 어린 선수가 많아 신기하다”고 웃는다. 이제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는 것은 정동윤 스스로가 잘 안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채찍질한다. 1군 캠프에 가지 못한 것도 좋은 자극이 됐다고 말한다. 고민 없이 올 시즌에 부딪혀보는 게 바람이다. 

“사실 어제도 고민을 조금 하긴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은 정동윤은 “꾸준히 한 계단씩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고민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생각을 빠르게 전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 말은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을 줬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이제 알 것 같다. 깊게 안 빠져들고 빨리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때로는 발상의 전환이 숨은 잠재력을 깨우기도 한다. 올해 정동윤의 이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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