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올겨울 잠실야구장을 찾으면 등번호 28번이 새겨진 훈련복을 입은 한 선수가 늘 그라운드에 있었다. 재기를 노리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36, 두산 베어스)이 주인공이다. 

장원준은 1루 불펜 옆 그라운드로 나와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곤 했다. 찬 바람이 불어도 평소 마운드에 섰을 때처럼 손을 후 분 뒤 공을 던졌다. 아주 오래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그렇게 그라운드에 나와 공을 던지고 라커룸 쪽으로 들어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겨우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장원준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장원준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적어 넣으며 스스로 재기할 기회를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후배 투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철저히 몸을 만든 장원준은 연습 경기부터 실전 등판에 나서고 있다. 이현승, 유희관 등 시범경기 등판을 목표로 2군에서 천천히 몸을 만드는 다른 베테랑 투수들과는 다른 행보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생각하면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장원준은 3일 울산에서 치른 kt 위즈와 연습 경기에 0-0으로 맞선 4회 3번째 투수로 나서 ⅔이닝 1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점)에 그치며 패전(0-5 패)을 떠안았다. 최고 구속 139km 직구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졌는데 전반적으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 등판에서는 실점하지 않고 한 이닝을 버텼다. 장원준은 7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연습 경기에 1-0으로 앞선 5회말 3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2사 1루에서 정범모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최정원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최고 구속은 138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부진한 지난 3년 동안 최고 구속이 138~139km에 형성됐던 것을 고려하면, 연습 경기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3월 초인 만큼 날이 더 따뜻해지면 시속 140km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위가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이른 시기다.  

장원준이 복귀를 준비하며 절치부심한 동안 김 감독이 꾸준히 한 이야기가 있다. 과거 '좌완 에이스'로 불렸던 전성기를 떠올리며 투구하지 말라는 것. '예전처럼'이 아니라 현재 몸 상태에서 던질 수 있는 베스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준은 꾸준히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건강하게 다시 마운드에 설 날을 꿈꾸고 있다. 올겨울의 노력이 설혹 좋은 결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을 수 있게 최선은 다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고, 2015년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황금기의 서막을 알린 공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 장원준은 덤덤하게 선수 인생 후반기를 새롭게 꾸밀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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