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은 하키계에 만연한 폭행과 폭언, 선수 계약금 가로채기에 대한 내용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대한하키협회는 19일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해당 가해 혐의자들의 징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스포츠타임은 관련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계속해서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그 이전에 문체부 산하의 ‘스포츠윤리센터’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 또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는 어떻게 발생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인의 인권 보호와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 기구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해 체육계 인권침해 신고를 일원화한 것이다.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선수의 비극 이후 체육계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만들어진 스포츠윤리센터는 출범한지 벌써 7개월이 됐다.  

그러나 스포츠윤리센터의 암울한 현주소는 이번 하키계 폭력과 비리 문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자 하키 선수들이 중학생 시절 지도자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고, 해당 지도자를 대학에서 다시 만나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지만 현재 선수들은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 선수] 

“신고를 하고 나서 하키부 선수들과 감독님과 분리가 되었는데 그 후에 대학교 기숙사에서 짐을 다 싸서 나가라고 해서 나오게 됐고, 그 후부터 단체 훈련도 못 했고, 개인 훈련을 하려고 대학에 가도 장비를 다 창고에 넣고 문을 잠갔다는 얘기도 들려서 개인 훈련을 하러 가지도 못했어요.”

“학교 측에서는 기숙사가 선수들의 여관이 아니다.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무조건 학교 측에서 제공해줘야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신고를 안 했으면 애들이 나갈 일이 없었겠냐고 물으니 (학교 관계자가) 맞다고, 이 일은 신고한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어요).”

피해 선수들은 지난해 9월 스포츠윤리센터에 A감독을 신고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11월 대학과 대한하키협회에 지도자와 피해 선수들의 분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A감독은 곧바로 피해 선수들을 불러내 대화를 시도했다. 선수를 보호해야 할 대학에서는 신고한 선수들을 찾아냈고, 면담 후 기숙사에서 내보냈다. 

A감독에 대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이뤄졌다. 신고한 지 5개월이나 지났지만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자 “11월 26일에 한 번 받았고, 설 명절 전에 1번 (스포츠윤리센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죠?

A감독 “네.”

기자 “지금까지 2번 조사를 받은 것이네요?

A감독 “네.”

기자 “조사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알고 있나요?”

A감독 “답이 없대요. 장기적으로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되도록 빨리 처리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학교에서도 연락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한 하키 선수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됐다.

조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신고를 취하하는 선수도 생겨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한 불신은 쌓여갔다. 

[피해 선수] 

“윤리센터만 믿고 신고를 했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취소한 애들은 윤리센터에서 해준 게 뭐가 있냐,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고 변하는 게 없는데 우리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 2명이 빠졌어요.”

“부모님들한테 계속 저희한테 전화 오고, 부모님들 사이에 전화가 오가면서 신고했다고 들었다. 신고 취하하라고 설득을 해라. 이런 식으로.”

피해 선수들은 스포츠윤리센터가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생겨나 믿고 신고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한 선수들은 곧바로 신분이 노출됐고, 2차 피해에 신음하고 있다. 

[피해 선수]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윤리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믿고 했는데 조사할수록 익명이면 많이 힘들다. 조사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 때문에…”

“신고한 게 잘못한 거 같고, 저희 부모님도 제가 신고한 걸로 인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들으니까. 많이 힘들고, 취하할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저희가 사과를 받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저희가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이 일은 안 끝날 것 같다고 얘기하니까.”

이처럼 ‘2차 피해’로 고통을 받는 선수들도 있지만, 스포츠윤리센터와 상담 후 신고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스포츠타임은 김해시청 B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 폭행과 폭언을 하고, 장기간에 걸쳐 실업팀으로 가는 선수들의 계약금을 가로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사건을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기 위해 상담 전화를 한 제보자는 통화 후 신고를 포기하고 언론에 제보했다. 

[제보자] 

“윤리센터 관계자랑 통화했는데, 저는 전화를 하면서 조금 의아했던 게 이분들이 선수를 보호하려는 건지,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신고를 하지 말라는 건지, 이분들은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 말의 뉘앙스가 참 애매하더라고요.”

스포츠윤리센터로 체육계의 모든 폭력과 비리에 대한 신고가 일원화된 상황에서 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이뤄지지 못한 채 ‘2차 피해’를 입게 되면, 피해 선수들은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타임은 문체부 황희 장관에게 하키의 ‘2차 피해’ 선수들을 위한 대책을 물었다. 황희 장관은 피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와 개선을 약속했다. 

[황희 장관]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서 만약 그러한(2차) 피해가 났다면 이는 스포츠윤리센터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본질적인 업무입니다. 가령 고소, 고발자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이들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어쩌면 더 본질적인 업무일 수 있는데, 스포츠윤리센터의 본질적인 업무가 훼손되고 했다면 당연히 응당 단호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김해시청 감독의 계약금 가로채기 문제는) 거의 범죄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그것마저도 스포츠윤리센터가 감당하고 가야 되는 부분인데 스포츠윤리센터 자체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 이런 것도 다시 한번 검토하고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2의 최숙현’을 막아야 한다며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인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모든 신고 체계를 스포츠윤리센터로 일원화한 상황에서 신고한 선수가 2차 피해를 입고,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면 폭력과 비리에 대해 신고할 선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바로 서야 체육계의 인권침해와 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신고‧조사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하키특별취재팀 정형근, 배정호, 박대현, 맹봉주, 이충훈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