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지도자의 폭행과 계약금 갈취, 가해 혐의자의 제보자 색출 등 각종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하키계에 분노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최근 <하키 감독 '女선수 계약금 10년 이상 가로채기' 충격!>과 <"성 폭언, 폭행" 줄줄이…국대 출신 감독 '계약금 갈취' 후폭풍> <하키계 미투…"중학생 무자비한 폭행, 극단적 선택도"> 단독 보도를 통해 일부 지도자의 선수 폭행과 폭언, 계약금 편취를 심층 보도했다.

김해시청 A감독이 1993년부터 2019년까지 김해 소재 한 대학에서 지도자로 재임한 시절, 실업팀에 입단한 여자 선수들의 계약금을 가로채고 경기도 용인 소재 대학 B감독이 과거 중학교 감독 시절 선수 폭행을 일삼았다는 게 골자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A감독과 그를 보좌하는 코치는 선수단에 '사실 확인서'를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A감독이 지도한 대학 하키부 출신이라 밝힌 C씨는 "최근 (코치로부터) 연락이 왔다. 확인서에 담긴 세부 내용은 일절 설명 없이 (무작정) 사인하라고만 하셨다. 쓰고 싶지 않았지만 (코치) 눈치가 보여 안 쓸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동료들 얘길 들어보니 전부 다 반강제로 썼다고 한다. 주민등록증 앞뒷면 사진까지 찍어갔다"고 추가 제보했다.

스포티비뉴스 단독 보도로 촉발된 하키계 '폭력 미투'는 이처럼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제보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김해시청 A감독과 경기도 용인 소재 대학 B감독 등 현장 지도자에 대한 폭력, 비위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체육계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제보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이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호소한다. 하키계 악습을 철폐하고 '클린 하키'를 진실로 염원하는 절박한 외침이다.

신고자 중 대다수는 '신고를 철회하고 없던 일로 하자'는 주변의 회유를 받고 있다. 실제 신고에 동참한 선수 중 일부는 그 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남은 이들이 신고를 취하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은 스틱을 잠시 놓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달라진' 하키계에서 꼭 운동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 때문이다. 실제 변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번 스포츠타임 보도를 계기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참에 국내 하키계가 (본질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제보자들 마음을 단단히 여미고 있다.

경기도 용인 소재 한 대학에서 현역 하키 선수로 뛰고 있는 D씨는 "(지도자 폭력과 비리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한 뒤 운동을 못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신고한 모두가 그렇다. 코치 선생님이 (신고자를) 알아내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D씨는 본인은 물론 부모님까지 신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코치를 비호하는 동료들의 부모가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해 회유와 설득,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탓에 D 뜻을 지지해주던 부모도 '신고를 접고 (코치님께) 사과드리는 게 어떠냐'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선생님도 (신고가 접수된 후) 처음엔 자기가 잘못했다고, 크게 반성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태도가 달라지시더라.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우리가 피해자가 아니라 (거짓 내용을 신고한) 가해자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엔 내 뜻을 지지하셨던 어머니 아버지도 (다른) 부모님들이 '두 분께서 자제분의 행동을 말려야 한다' 압박하니 심정적으로 흔들리고 계신다

그럼에도 D씨는 굳건했다.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보다 침묵하는 피해자가 훨씬 많다며 그래서 더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만두면 목소리를 내려던 피해자들이 '아 역시 어쩔 수 없구나' 느끼실까봐. 그래서 끝까지 가고 싶다. 신고를 취하하지 않고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선수를 때리고 비위를 저지른 지도자가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고 그 결과를 (다른 부원) 부모님들께도 보여드리고 싶다. 모두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받고 다시 필드에 복귀하고 싶다. 하키계는 바뀌어야 하고 또 (점점) 바뀌고 있다. 변화를 피부로 느껴고 있다"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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