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정찬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정찬헌은 지난해 4월 개막을 준비하면서 "내가 어디에서 던지고 싶다는 마음보다, 팀에 내가 필요한 곳에서 던지겠다. 선발도 하라면 하겠다"고 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불펜투수로 보냈고, 두 번의 허리 수술을 받은 선수였지만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개막 전까지 정찬헌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그가 신인이었던 2008년 9월 18일에서 멈춰있었다. 정찬헌은 "아직 선발 연패가 진행 중"이라며 웃었다.

▷선발 11연패

정찬헌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답게 시작이 좋았다. 2008년 5월 초까지 구원투수로 17경기에 나와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그는 정말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던졌다. 데뷔전에서 구원 등판해 4이닝을 던졌다. 가끔은 한두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LG는 뭐든 잘 해내는 신인 정찬헌에게 선발까지 맡겼다. 첫 경기는 5월 14일 우리 히어로즈전. 정찬헌은 패전투수가 됐지만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음 5월 20일 삼성전에서는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의 다음 선발승은 12년이 지난 2020년 5월 27일에 나왔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8년의 정찬헌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첫 선발승 뒤 12번 선발 등판해 11번 패전투수가 됐다. 그해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는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승패 없이 경기를 마쳤다.

▲ 정찬헌. ⓒ 곽혜미 기자
▷두 번의 허리 수술

선발 11연패 기록을 묻어둔 채 10년 넘게 불펜투수로 뒷문을 지키던 그가 지난해에는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두 번의 허리 수술을 하고도 19경기에서 110⅓이닝을 책임졌고, 7승 4패 평균자책점 3.51의 좋은 성적까지 남겼다. 6월 27일 인천 SK전에서는 완봉승까지 기록했다. 

정찬헌은 "첫 번째 허리 수술을 했을 때 너무 힘든 기억이 많았다. 내가 정말 마운드에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 사실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곁에서 늘 묵묵하게 응원해주며 항상 힘이 되어준 아내가 있었고 컨디셔닝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어려운 재활을 포기하지 않고 잘 진행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다시 선발로 돌아온 날을 떠올리며 "처음에 선발로 나올 때는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지만 긴장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팀이 필요한 보직을 내게 맡겨 주시고 배려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등번호 11번에 건 주문이 통한 지난해였다. 그는 26번에서 11번으로 등번호를 바꾸면서 "허리도 번호처럼 꼿꼿이 섰으면"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찬헌은 두 번의 재활 과정을 지켜봐 준 아내, 컨디셔닝 파트 코치들에게 고마워했다.

▷팬들에게

"팬들이 야구장에 오고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했는데 작년은 그렇지 않았다.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 스스로는 조금 늦게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렸던 한 해였는데 팬들과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 올해는 코로나가 빨리 진정되어 시즌 초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사랑하는 우리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제보> swc@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