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선규 SK 신임단장(오른쪽)은 팬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당초의 오프시즌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그는 뼛속까지 야구 마니아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그는 온라인을 누비며 야구 이야기를 했다. 우연한 계기에 한 구단의 눈에 들어 구단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고, 매년 명함이 바뀔 정도로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명함에는 ‘단장’이라는 직책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류선규 SK 신임 단장의 거침없는 오프시즌 행보가 화제다. 지난해 단장으로 취임한 뒤 그간 어렵게만 보였던 일들을 과감하게, 또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감독 선임, 캠프지 섭외, 연봉협상 연내 마무리, FA 최주환 영입, 김상수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 굵직한 사안들이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오프시즌 데뷔전은 사실상 완벽에 가깝다.

취임 당시 “최하위권 팀은 오프시즌에 시끄러워야 한다. 그래야 팬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던 류 단장이다. 목표는 대성공을 거뒀다. 모든 팬들과 관계자들이 힘들었던 2020년 대신, 희망찬 2021년을 말하고 있다. 이제 류 단장은 오프시즌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곧 시작될 ‘현장의 시간’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오프시즌의 끝자락, SK 팬들이 기자의 트위터와 이메일을 통해 향후 구상 등 궁금한 것을 물었다. 류 단장은 “현장에서 결정할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프런트와 현장이 합의한 부분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팬들이 물었다. 류선규 단장이 두 편으로 나누어 답했다.

Q) 유서준 최민준 조성훈 선수는 올해 어떤 역할로 활용될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현장에서는 유서준을 1번 대주자·대수비로 생각하고 있더라. 그런 역할에 있어서는 유서준을 높게 본다. 외야 수비도 합격 판정을 받았다. 관건은 타격일 것이다. 우리가 유서준을 2차 2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은 타격과 주루에서의 장점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최민준 조성훈은 우리 팀 세대교체의 중심에 들어가야 할 선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선발로 뛰었지만, 지금은 불펜에서 쓰는 게 맞을 것 같다. 당장은 추격조로 시작할 것을 예상하나 불펜 필승조가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장기적인 구상에 이 선수들을 선발로 쓸 계획은 아직 없다. 불펜으로 생각한다. 

Q) 내년(2022년 시즌이 끝난 뒤)에 SK 와이번스에 FA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선수들을  모두 잡을 건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2022년 시즌 뒤 구단이 예상하고 있는 FA는 박종훈 문승원 한동민 고종욱 이재원이다. 이 선수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 내부에서도 핵심이다. 팀워크를 생각할 때 아주 중요한 선수들이다. 다 잡아야 한다. 이미 샐러리캡도 분석도 마쳤다. 선수들의 연봉 인상폭을 감안하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샐러리캡 한도를 도출했다. 계산을 해보니 2023년과 2024년 샐러리캡의 여유분이 조금 있다. 잡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Q) 이태양 선수와 김상수 선수는 문학과 다른 구장 사이의 평균자책점 차이가 큽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물론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은 분명히 했다. 다만 MLB도 아니고 우리나라 시장에서 뜬공 비율까지 고려해 트레이드를 한다고 하면, 데려올 선수의 폭이 좁다. 또 뜬공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피홈런 비율이 높은 건 아니더라. 최주환 오재일 영입을 고려했을 때는 비거리를 보고 잠실에서 넘어가지 않았던 공이 문학에서 몇 개나 더 넘어갈 수 있는 카운트를 했다. 두 선수는 반대 방향에서 접근했다. 뜬공 비율이 높은 게 피홈런 비율로 직결된다면 고민해야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Q) 팀 내 유망주의 전체적인 군 입대 계획이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기본적으로는 1차 지명이나 2차 1~3라운드 등 상위 지명 선수들은 2년 내에 1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빨리 입대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2군에서 숙성해서 1군에 올려야 한다’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최근 4년 연속 순수 고졸 신인왕이 배출되는 것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 선수들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KBO리그 자체의 수준이 조금 떨어지고 있다. 황금세대로 불린 1982년생들의 퇴조와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상위 지명 선수들은 빨리 승부를 보고, 안 되면 빨리 군대를 보내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김창평 김성민의 경우는 올해 터지지 않으면 빨리 군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 SK는 박성한을 2021년 주전 유격수로 기대하고 있다 ⓒSK와이번스

Q) 최근 유격수 트레이드 시도를 하셨다가 무산되었다고 들었는데 향후에라도 유격수 자리나 다른 포지션에서 트레이드를 시도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사실 ‘트레이드 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선수가 트레이드가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상대에서 “아니요”라고 해서 그냥 끝났다(웃음). 우선은 캠프를 봐야 할 것 같다. 유격수를 포함, 캠프를 진행하다보면 취약 포지션이 뭔지 나올 것이다. 아무래도 파악이 된 뒤에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그간 사례를 복기해봤다. 트레이드라는 게 사실 전력보강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실패할까’라는 두려움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다. 모든 게 다 성공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그런 문제 때문에 트레이드를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선수들이 동요하고 로열티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Q) 내년 주전 유격수를 박성한으로 시작할지, 김성현으로 시작할지 궁금합니다
Q) 내년 박성한 선수 혹은 유격수가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성공이라고 보십니까???

류선규 단장 : 시작은 박성한으로 보고 있다. 김성현과 FA 계약을 하면서 ‘멀티 백업’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에 대해 본인도 수용했고, 옵션도 그 역할에 맞췄다. 김성현도 중고참이 되니 팀에서 그런 역할이 중요하다. 최종적인 건 캠프에서 현장이 결정할 문제지만, 구단의 기본적인 구상은 유격수 박성한, 2루수 최주환이다. 

박성한에게는 100경기 이상, 타율 2할5푼 이상, 실책 20개 이하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시작부터 크게 기대하면 안 되고, 구상은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차원도 있다.

Q) 박민호 선수는 한 달 전쯤 깁스를 푼 걸로 알고 있는데, 공은 언제부터 던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재활군 선수들 중 제주도 스프링캠프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들까지 여쭙고 싶습니다 

류선규 단장 : 박민호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1군 합류 일정이다. 재활 선수 중 한동민 문승원 이흥련은 1군 캠프에 정상 합류가 가능하다. 

Q) 김창평 선수가 외야수·유격수를 겸업한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어느 포지션을 중점으로 뛰는지, 부상은 이제 확실히 괜찮아진 건지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외야로 전향하는 건 본인 의사였다. 물론 구단도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어깨 문제 때문에 선수 스스로 내야에 대한 부담감이 있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반대로 외야는 슬라이딩을 할 일이 많지 않다. 외야를 중점으로 보고 싶다. 

현장에서는 김민재 코치가 김창평의 내야수 가능성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 손지환 코치도 유격수를 포기하기는 아깝다고 했다. 사견을 전제로, 2루수는 시키지 말자고 했다. 그건 스태프와 공감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2루를 본 적이 없는데 송구 문제 때문에 프로에서 2루로 옮겼다. 유격수가 편한 친구다. 김창평이 유격수를 커버할 수 있으면 엔트리에서 중앙 내야수를 세 명만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엔트리가 공격적인 라인업이 될 수 있다. 수비만 되는 선수는 활용성이 떨어진다. 김창평이 유격수를 볼 수 있으면 본인이나 팀을 위해 더 유익하다. 

Q) 기존 로고로 다시 변경하거나 로고를 조금 변화시킬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끝에 소문자 N만이라도 대문자로 조금...ㅠㅠ

류선규 단장 : 안 그래도 고민은 하고 있다. 처음에 생각할 때는 (교체 여론이) 성적이 안 나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처럼 보인다. 고민은 하고 있는데 답을 내기는 애매하다. 사실 지금 당장 결정해도 교체는 2022년에나 가능하다. 고민을 하는데 잘 생각해야 할 부분 같다. 소문자를 많이 지적하시는데 그게 바뀌면 다 바꾸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 바꿀 수는 없다. 색깔을 바꿔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팬들이 오해하시는 부분도 있는데, 지금 로고가 퓨처스파크 엠블럼을 보고 했다는 건 오해다. CI가 먼저 결정이 되어 있었고, 퓨처스파크가 따라한 것이다. 퓨처스파크 로고를 만들기 전에 이미 CI는 결정되어 있었다. 그때 성적이 좋지 않아서 교체 시행시기를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다. 

Q) 나이트 코치님을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외국인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고 하는데 캠프 기간만인지, 아니면 차후 보고 계약연장으로 현장코치나 스카우트 등으로 영입할지 궁금합니다

류선규 단장 : 우선은 계약 기간인 3월 말까지 보고, 그 다음에 결정할 문제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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