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세(왼쪽) 유다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제공|영화사진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유다인 오정세가 해고 노동자, 파견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묵직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 임한 진심을 고백했다.

19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티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극중 정은은 관리감독 일을 지원하지만 거절당하고, 다른 직업들과 함께 송전탑에 오르는 현장 업무를 하게 된다. 성실함만으로는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의 이야기를 담아 울림을 전한다. 노동과 삶을 묵직하게 담아내며 지난 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제공|영화사진진
파견 노동자 정은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끈 유다인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 KTX 승무원 전원 복직 뉴스가 보도됐고 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이 됐다"며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그냥 영화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해야겠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유다인은 이어 "영화가 어떻게 나오든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라며 "여자라는 이유,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권고사직 위기를 겪고 있는 인물이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낭떠러지 위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나아가겠다는 심리적인 마음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유다인은 또 "배우 역시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으면 1년을 쉬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극중 직장인 캐릭터에 접근해 갔다고 밝혔다.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제공|영화사진진
오정세는 송전탑을 수리하는 하청업체 직원 '막내' 역을 맡았다. 오정세는 "시나리오가 말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도 있지만 그냥 막내라는 인물이 저에게 확 들어왔다"며 "제 주변에 딱 막내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물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정세는 "감히 저는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이만큼은 대우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라며 "그런 와중에 막내라는 인물을 만났다. 큰 뭔가를 이루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에게 작은 응원이 될 거라 생각해 택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정세 또한 "저는 막내와 직업의 결이 다르지만 정서적으로는 막내 같은 마음"이라면서 "내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고 해결하려고 한다. 나를 해고할지라도 나는 나를 해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만의 울타리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송전탑을 오르는 노동자를 연기하는 만큼 두 배우는 무거운 장비를 지닌 채 높은 곳에 올라가 촬영에 임해야 했다.

유다인은 "힘들었던 부분은 충분히 예상하고 촬영했다.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높이 올라가는 건 괜찮다. 교육장에서 안전한 곳에서 촬영했다"면서 "무거운 장비를 항상 줄줄이 달고 올라가고 그런 것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오정세는 "송전탑 올라가는 것이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 힘들다기보다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위에 올라갔다고 다른 세상같은 경험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안전한 상황에서 촬영했지만, 끈 하나에 생명을 지탱하는 모습을 찍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분명히 안전한 도구들이 저를 지탱해주고 있지만, 이 끈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왼쪽부터 오정세, 유다인, 이태겸 감독.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제공|영화사진진
연출자 이태겸 감독은 장편 데뷔작 '소년 감독'에 이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통해 노동 문제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누구나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다. 나도 첫 영화를 만들고 14년 정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중년 사무직 여상이 지방 현장으로 부당 파견돼서 굉장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기획했다"며 "시나리오를 쓰고 준비하며 우리에겐 직업이란 생존이구나, 지켜내야 하는구나 하는 질문과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을 정서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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