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트레이드 후 모두 우승을 차지한 이명기는 이제 세 번째 반지를 꿈꾼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경력 첫 트레이드(2017년 SK→KIA)는 차라리 ‘충격’이었다. 이명기(34·NC)는 “정말 생각을 못했다. 힘들었고 충격도 받았다”고 떠올린다. 경력 두 번째 트레이드(2019년 KIA→NC)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그만큼 허탈했고 갑작스러웠다.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트레이드를 거친 이명기는 “참 인생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게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더라”고 웃어넘겼다. 대신 독기는 갈수록 강해졌다. KIA의 선택이, NC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결실은 달콤했다. ‘어떻게 끝날지 궁금했던’ 이 야구 인생의 중간을 확인해보니 이명기는 값진 우승반지 2개나 얻은 승리자가 되어 있었다.

2017년 트레이드 후 KIA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은 이명기는 115경기에서 타율 0.332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그리고 NC 트레이드 후 첫 풀타임이었던 지난해에도 136경기에서 타율 0.306, 12도루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꼭대기에 섰다. 이동욱 NC 감독은 이명기를 NC 공격의 윤활유로 평가한다. 고타율뿐만 아니라 작전수행능력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칭찬한다.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이었다.

이제는 두 번의 트레이드도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잘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명기도 “우승반지가 두 개 아닌가. 다 좋은 기억이다. 다 잘 됐다”면서 “(트레이드 후) 경쟁에서 두 번 다 살아남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투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그간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엄청나게 긴장을 했던 이명기이기도 하다. 그는 “못하면 경기에 못 나갈 것 같았다”고 했다. ‘쓰려고’ 데려온 시간은 2019년 트레이드 후 3개월이 끝이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렇게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은 결과 끝까지 주전을 지켰다. 걱정했던 일은 없었고, 우승과 함께 시즌이 끝났다. 최고의 마무리였다. 그 좋은 흐름과 함께 2021년을 연다.

새 팀에 옮겨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팬들은 그를 ‘우승 청부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청부사가 말하는 정상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명기는 “어렸을 때는 내 성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1군에서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팀이 잘해야 나도 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다. 팀 성적이 소중해진다”고 웃었다. 

그래서 그럴까. 내년 목표도 우승이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우리 팀이 이제 이기는 법을 알았다. 기존 선수들이 건재하고, 송명기 등 젊은 선수들도 많이 올라왔다. 부상 선수들만 나오지 않고 하던 대로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한참이나 팀 자랑을 늘어놓더니 “일단 두 번을 더 하고,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을 더해 3번은 했으면 좋겠다. 그럴 전력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껄껄 웃었다. 그렇다면 그는 한 손에 반지를 도배한 채 은퇴할 수 있다. 그게 마지막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짝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부동의 주전이지만 매년 루틴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초심 그대로다. 지난해 연습경기까지 많은 경기를 소화했기에 체력에 더 신경을 쓰는 정도다. 지금도 매일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으로 땀을 흘린다. 이명기는 “기술훈련도 이제 들어갈 생각”이라면서 “나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우승반지를 보면서, 우승 청부사가 세 번째 반지 사냥을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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