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효근이 돌아왔다. 군 제대 후 복귀전과 함께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시즌을 준비한다 ⓒ 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인천 전자랜드가 그토록 기다리던 12일이 왔다.

12일은 정효근(28, 202cm)의 복귀전이 예고된 날이다. 정효근은 지난 11일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해 12일 안양 KGC와 홈경기부터 나설 수 있다. 말년 휴가를 몰아 쓴 정효근은 이미 지난해 12월 26일부터 팀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오고 있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 합류 시점을 시즌 후반기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최근 승과 패를 반복하며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정효근이 오고 정영삼, 박찬희 등 부상선수들이 돌아온다면 상위권으로 치고나갈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3위 울산 현대모비스와는 2경기 차로 격차도 크지 않다.

정효근은 2년 전 전자랜드의 창단 후 첫 준우승을 이끈 주축 멤버다. 큰 키에 기동력, 운동능력이 좋고 외곽슛도 갖춰 전술적 활용도가 매우 높다. 특히 정효근 합류로 이대헌 혼자 버티던 국내 빅맨진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제대 후 만난 정효근은 팀 안팎에서 쏠리는 높은 기대치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 군대를 다녀오니 주위 시선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에 대해 과대평가 하는 것 같아 부담이 있지만, 내가 잘해서 이런 평가들을 온전한 사실로 만들고 싶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말했다.

정효근은 가장 최근에 뛴 2018-19시즌 평균 10.6득점 4.8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선수가 2명 뛰던 시절의 성적이다. 외국선수가 1명으로 줄어든 지금은 공격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정효근은 "상무에 있을 때 농구 경기를 진짜 많이 봤다. 중계 경기란 경기는 다 봤다. 전역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외국선수가 1명 뛰면서 국내 장신선수들이 뛰기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나도 전역하고 뛰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라며 자신의 높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경기감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농구 경기가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실전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정효근은 "연습경기를 포함해도 상무에 와서 뛴 경기가 10경기도 안 된다"며 떨어진 실전감각을 되찾는 게 급선무라 했다.

"경기는커녕 코로나19 때문에 휴가도 못 나왔다. 부대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웨이트트레이닝과 슈팅 연습뿐이었다. 이 두 가지는 계속했다. 지금은 전자랜드에서 훈련하면서 실전 감각을 조금씩 끌어 올리는 중이다."

▲ 정효근 ⓒ KBL
정효근이 상무에 가기 전과 지금 전자랜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년 전 식스맨이었던 김낙현은 팀의 에이스가 됐고 이대헌은 원래 정효근의 자리던 빅맨 포지션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정효근은 "확실히 군대 갔다 오니 팀이 많이 변했다. 좋은 현상인 것 같다. 누군가 잘해서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거 아닌가. 이런 걸 보면 나도 고참이 되어가는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2021년은 정효근에게 상무 제대 후 복귀 시즌인 동시에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해이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올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는 농구단을 인수할 새 구단을 찾는 중이다.

정효근은 농구단 해체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나왔던 동산초, 대경중, 대경상고는 모두 시간이 지나 농구부가 없어졌다. 정효근은 전자랜드까지 농구단 운영을 포기하자 한때 자책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이 프로선수임을 강조했다. 팀 바깥 상황은 관계없이 팬들을 위해 최선의 경기를 펼치는 게 프로선수로서의 도리라고 밝혔다.

"부대 안에서 그 얘기(전자랜드가 농구단을 포기한다는)를 들었을 때 기분이 오묘했다. 예상은 했는데 기사를 통해 결과를 접하니까 서운하고 놀라운 마음이 교차하더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프로선수 아닌가. 책임감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응원해주는 팬들 위해서 어떻게든 열심히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이 진짜 하고 싶다. 우리 팀이 우승할 전력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스포츠엔 반전이 있어야 재밌지 않나. 내가 가세해 영화처럼 우리가 우승한다면, 프로농구 인기도 더 올라갈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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