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사이 확 달라진 시장 상황을 맞이한 류현진(오른쪽)과 다나카 마사히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치가 정해지는 기준은 역시 선수가 가진 실력이다. 그러나 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류현진(34·토론토)의 계약, 그리고 다나카 마사히로(33)의 현재 거론 가치를 보면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나카는 2020-2021 메이저리그(MLB) FA 시장에서 투수 ‘TOP 5’ 포함에 이견이 없는 투수다. 보는 시각에 따라 최대어인 트레버 바우어에 이은 선발 2위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적이 꾸준하고 확실했다. 다나카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174경기에서 78승46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한 견실한 선발투수다. 이 기간 쌓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17.6(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이다. 여기에 가을에도 강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우선 원 소속팀인 뉴욕 양키스는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자격)를 하지 않았다. 1년 1890만 달러의 가치가 없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FA 시장에서도 고전이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팀과 연계되기는커녕, “연간 1500만 달러 수준의 1~2년 계약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물론 도장을 찍어봐야겠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아직 만 33세의 나이, 당장 2~3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다. 선수로서는 연간 1500만 달러의 1~2년 계약이 기대 이하라고 판단할 법하다. 다나카는 지난해에도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노쇠화 조짐은 아직이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낮은 시장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단들의 재정 부담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류현진과 대비된다. 류현진과 다나카는 여러모로 비교할 만한 구석이 있다. 좋은 투수인데 부상 이슈가 있었고, FA 자격을 얻는 시점은 똑같이 만 33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은 전체적으로 활황이었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이 9년 3억2600만 달러의 신기록을 찍는 등 선발투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이 돌아가는 속도는 올해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여기에 류현진은 부상으로 2~3년을 고전하다 마지막 1년에 대박을 터뜨렸다. 29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메이저리그 전체 1위)라는 화려한 실적과 함께 FA 시장에 입성했다. 임팩트가 컸다. 다나카는 지난해 단축 시즌(60경기) 탓에 확실한 기회가 없었다. 

객관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첫 7년의 다나카는 7년의 류현진보다 조금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승수, 이닝, WAR 모두 낫다. 그럼에도 계약 총액은 류현진의 반값도 안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기를 잘못 만났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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