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기간 중 수비에 더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성현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1일 김성현과 2+1년 총액 11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총액 6억 원, 인센티브 총액 3억 원)에 계약했다. 2021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첫 계약이기도 했다.

SK는 김성현이 여전히 팀 전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재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열어 진정성을 보여줬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 두 차례 정도 만나 계약 기간과 대략적인 조건을 논의했고, 11월 30일 2+1년 총액 11억 원을 최종적으로 제안했다. 김성현 측도 논의를 거쳐 1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결과, 3년차 구단 옵션 발동 조건 등 몇몇 부분을 수정한 채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구단과 에이전시 모두 전향적이고 긍정적으로 협상에 임한 결과 빠른 결론이 가능했다. 그런데 구단으로서는 생각하지 못한 하나의 ‘역제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바로 총액 3억 원의 인센티브 세부 내용이다. 대개 인센티브 세부 내용은 잘 공개되지 않는다. 금액과 계약 기간으로 나눠 연 1억 원의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 추정만 가능하다. 여기서 김성현 측은 ‘수비율’과 ‘진루 성공’ 수치를 인센티브에 포함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인센티브 조건에 없었던 수비율 측면이 그랬다. 사실 수비율은 선수의 수비 능력을 100%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좋은 수비를 하다가 실책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안 쫓아가면 실책은 나오지 않아 수비율에서 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히 선수에게 부담을 지울까봐 걱정됐다. 

유격수를 봐야 하기에 수비율 측면에서는 타 선수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김성현이다. 굳이 이 지표를 인센티브 지표에 활용할 필요는 적었다. 진루 성공이나 타율 등 자신이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는 부분을 요구하면 됐다. 하지만 김성현부터 이 인센티브를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로 삼길 원했다. 선수 측의 진심을 확인한 SK가 결국 이를 수락하면서 최종 합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김성현은 2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계약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기다리고 그럴 만한 성격이 못 되더라”고 밝게 말하면서 “사실 다른 옵션에 대해서는 잘 신경을 쓰지 않고 에이전트에 위임했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보게 되면 자꾸 신경을 쓰게 된다”고 웃었다. 하지만 수비율과 진루 성공에 대해서는 그만큼 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성현은 “사실 나는 방망이보다는 수비를 잘해야 하는 선수다”고 입을 열면서 “수비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번 인센티브 조건을 동기부여로 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김성현은 “난 수비 비중이 큰 선수다. 남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의 수비에 만족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예전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은 있지만, 김성현의 수비는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년 전부터 스텝을 바꾸고 조금 더 여유 있는 송구 동작으로 이어 가면서 개선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수비율도 2018년 0.943(이하 유격수 출전 기준)에서 2019년 0.954, 올해는 0.973으로 올라왔다. 2루 수비에 있어서는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김성현도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김일경 코치님이 기를 많이 살려주셨다”고 고마워했다.

SK는 김성현에게 유격수·2루수의 멀티 포지션을 기대하고 있다. 김성현의 말대로 방망이보다는 안정된 수비로 팀 내야를 받쳐주길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성현도 SK의 생각을 잘 짚고 있는 셈이다. 수비율과 진루 성공 모두 크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지표다. 인센티브 요구 사항에 김성현의 팀 헌신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김성현은 이번 계약으로 SK ‘원클럽맨’으로 가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김성현은 2+1년 계약이 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김성현은 “3년 이후에도 팀에 필요한 선수가 돼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면서 “12월에도 계속 출근하며 내년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겠다”고 새 계약 첫 해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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