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40세 이상에서도 1500만 달러 이상의 FA 계약을 두 번이나 한 로저 클레멘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의 에이징 커브는 보통 20대 후반부터 온다는 게 일반적인 공감대다. 20대 후반쯤 전성기를 맞이한 뒤, 30대부터는 신체 능력과 기량이 점진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30대 중반 이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 가는 선수는 사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체 비율에서 보면 선택받은 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찰리 모튼(37·애틀랜타)은 성실한 자기 관리로 현역을 만 38세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애틀랜타는 25일(한국시간) 모튼과 1년 1500만 달러(약 16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탬파베이에서 뛰었던 모튼은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했으나 일단 1년 더 현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동부 팀을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모튼이 그 정도 계약을 따낼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크게 비싸지 않은 금액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뒤늦게 빛을 본 MLB 통산 93승의 모튼은 30대 중반에 이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2018년과 2019년은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튼은 2017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97경기에 나가 546⅓이닝을 던지며 47승18패 평균자책점 3.34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큰 경기, 특히 긴박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잘 던지는 등 베테랑의 진가를 드러냈다. 내년 챔피언에 도전하는 애틀랜타로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수없이 오가는 오늘날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이다. 1년 1500만 달러 계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 38세의 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 37세 이상의 투수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15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건 모튼이 역대 4번째다. 이전에 3명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007년 로저 클레멘스가 뉴욕 양키스와 187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게 가장 ‘노익장’을 과시한 투수의 계약이다. 클레멘스는 당시 5월에 양키스와 계약했는데 당시 만 44세였다. 클레멘스는 만 42세 시즌이었던 2005년에는 휴스턴과 1800만 달러 계약을 했었다. 만 37세 이상 투수의 FA 계약으로 역대 1~2위 기록을 모두 클레멘스가 가지고 있다. 다만 약물 복용과 관련된 이슈로 은퇴 후 평가는 상당 부분 퇴색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렉 매덕스 또한 2007년 샌디에이고와 16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기억이 있다. 당시는 매덕스의 41세 시즌이었다. 매덕스는 2007년 14승을 거두며 식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고 2008년 8승을 더 추가한 끝에 통산 355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은퇴했다. 

꾸준한 성적으로 팬들의 큰 신뢰를 얻은 구로다 히로키 역시 2014년 뉴욕 양키스와 16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이 대열에 합류한 선수다. 만 33세라는 늦은 시점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구로다는 만 39세 시즌인 2014년까지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한 번도 평균자책점이 4점대였던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성적을 과시했다. 당시의 화폐 가치를 생각하면, 모튼의 이번 계약은 앞선 세 선수의 위대함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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