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양의지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4회말에 애런 알테어의 우익수 플라이 때 홈으로 달려들었지만 두산 포수 박세혁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더블아웃’은 야구용어가 아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부터 나올지 모르겠다. 그만큼 최근 들어 야구 중계나 야구 기사에서도 ‘더블아웃’이라는 단어를 무심코 많이들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8일 열린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무려 5차례나 더블플레이가 나오자 수비 측인 두산을 기준으로 “5차례 더블아웃을 기록했다”거나, 공격 측인 NC를 기준으로 “5차례 더블아웃을 당했다”는 표현이 밀물처럼 흘러나왔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NC가 병살타를 5개 기록했다”고 (더더욱) 잘못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야구용어 사용 사례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더블아웃’은 사전에도 없는 용어다. 당연히 ‘더블아웃’이라는 기록 항목도 없다. 족보에도 없다는 뜻이다.

병살, 병살타, 더블플레이, 더블아웃, 삼중살, 트리플플레이, 삼중살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릴까. 복잡한 듯하지만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기록 항목에 나와 있는 용어의 세계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포스트시즌의 역사를 짚어본다.

▲ NC 이명기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말과 5회말 직선타구로 물러나면서 누상의 주자까지 동시에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고척, 곽혜미 기자
◆KS 2차전에서 나온 5차례 병살

KS 2차전에서 두산은 무려 5차례나 더블플레이(병살)를 완성했고, NC는 그 병살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이날 NC가 기록한 병살타는 단 1개였다. 상황들을 다시 돌아보자.

①1회말(병살○, 병살타×)=NC 1번타자 박민우가 두산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2번타자 이명기가 볼카운트 2B-2S에서 8구째를 타격했지만 직선타구가 3루수 허경민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1루주자 박민우는 이미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은 상황. 허경민이 1루수 오재일에게 송구해 순식간에 2아웃이 됐다.

②2회말(병살○, 병살타)=NC가 1-2로 따라붙은 뒤 계속된 1사 만루. 9번타자 강진성이 초구를 공략했지만 잘 맞은 땅볼 타구가 3루수 허경민의 정면으로 갔다. 허경민은 자신의 옆에 있는 3루를 밟은 뒤 곧바로 1루로 송구해 타자주자까지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③4회말(병살○, 병살타×)=1사 만루. NC 8번타자 애런 알테어가 우익수 쪽 플라이 타구(뜬공)로 잡히면서 2아웃이 됐다. 이때 3루주자 양의지가 태그업을 통해 홈으로 달렸다. 우익수 박건우의 강한 어깨가 발동했다. 레이저 송구를 받은 포수 박세혁이 미트를 뻗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양의지 왼손이 태그되면서 아웃 판정을 받았다. 비디오판독을 했지만 그대로 아웃, 이닝이 종료됐다.

④5회말(병살○, 병살타×)=1사 1루서 NC 이명기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직선타)를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펄쩍 뛰어오르며 잡아냈다. 3B-2S 풀카운트에서 자동으로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박민우는 허탈한 듯 귀루조차 포기한 채 2루를 지나 좌중간으로 걸어갔고, 김재호는 1루 송구 대신 가까이 다가온 박민우를 태그아웃으로 처리했다.

⑤6회말(병살○, 병살타×)=1사 2루. NC 박석민의 잘 맞은 직선타구가 플렉센의 오른 무릎에 맞고 튀어 올라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를 향해 날아갔다. 오재일이 타구가 땅에 닿기 전에 바로 잡으면서 타자 아웃. 이때 2루주자 양의지는 이미 3루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오재일이 2루로 송구해 귀루하지 못한 양의지까지 아웃시켰다.

◆‘병살’과 ‘병살타’의 구분

위의 상황들을 기록하자면 우선 용어부터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KBO가 발행한 ‘2020 공식야구규칙(Official Baseball Rules)’ 9.11을 보면 ‘더블플레이(Double Play)’와 ‘트리플플레이(Triple Play)’ 기록에 대해 설명해 놨다.

‘투구한 뒤부터 볼데드가 되거나 공이 투수의 손에 되돌아와 투수가 다음 투구자세에 들어갈 때까지의 사이에, 실책이나 미스플레이 없이 2명 또는 3명의 선수를 아웃시켰을 경우 풋아웃(Putout·자살) 또는 어시스트(Assist·보살)를 기록한 야수에게는 더블플레이 또는 트리플플레이에 참가한 것을 기록한다.’

‘조해연의 우리말 야구용어 사전’을 보자. 여기에서는 ‘더블플레이’에 대해 정의해놨다.

‘연속된 플레이로 공격 측 선수 두 사람을 한몫에 아웃시키는 협동 플레이. 플레이가 한 번 끊어졌다가 이어지거나 중간에 실책이 개재되면 두 사람을 아웃시켜도 더블플레이가 아니다.’

미국에서 발행돼 야구용어 사전의 바이블로 통하는 ‘폴딕슨의 야구사전(Baseball Dictionary)에서는 더블플레이에 대해 ‘풋아웃 사이에 실책 없이 연속된 (수비) 동작의 결과로써 2개의 풋아웃이 되는 수비 플레이’라고 풀이해 놨다.

▲ 폴 딕슨의 '베이스볼 딕셔너리'에는 '더블아웃(double out)'이라는 용어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더블아웃'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KBO 기록 항목에도 '더블아웃'은 없다.
다시 말해 ‘더블플레이’ 혹은 ‘병살’이라는 용어는 수비 측을 기준으로 집계하는 야구 용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반면에 공격 측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병살타(倂殺打)’라는 용어가 있다. 공격 측에서 하나의 타구로 2명이 아웃될 때 병살타라고 일컫는데, 미국에서는 ‘Grounded Into Double Play’라고 한다. 이를 줄여서 ‘GIDP’라고 표기한다.

‘병살타’는 포스플레이(후발주자 또는 타자주자로 인해 선행주자가 무조건 진루해야하는 상황)와 타자가 반드시 땅볼을 때려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한다.

직선타와 플라이 타구에 타자와 주자가 한꺼번에 아웃되면 병살(더블플레이)로 기록되지만, 병살타(GIDP)로 기록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KS 2차전에서 발생한 위의 ③번 예시처럼 외야 플라이 타구에 3루주자가 홈에 들어오다 아웃되면 병살(더블플레이)로 기록되지만, 병살타(GIDP)로 기록되지 않는다.

따라서 KS 2차전에서 두산이 5차례 병살(더블플레이)을 기록했지만, 그 중 NC가 병살타를 기록한 것은 2회말 1개밖에 없다. 나머지 4개는 병살이되 병살타가 아닌 것이다.

‘더블아웃’은 2명을 동시에 아웃시키는 뜻이기 때문에 언뜻 메이저리그에서도 쓰는 용어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일종의 ‘콩글리시’다. 메이저리그와 KBO 기록 또는 통계에 ‘더블아웃(Double Out)’ 또는 이를 줄여서 ‘DO’라는 항목을 집계해 놓은 것은 없다. 메이저리그 용어 사전과 기사에도 더블아웃은 존재하지 않는다.

KBO 김태선 기록위원장은 “더블아웃은 정식 야구용어가 아니다. 야구 기록 항목에는 ‘병살’과 ‘병살타’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식 용어로 ‘더블플레이(병살)’이라고 해야 맞다. 야수가 병살을 만드는 행위를 말할 때는 ‘병살 플레이’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만.

▲ 2018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2회초에 넥센 히어로즈 김민성(왼쪽, 현 LG 트윈스)이 한화 이글스 김회성의 타구를 잡아 삼중살을 완성한 뒤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회성은 포스트시즌 역사에서 유일한 삼중살타를 기록했다. ⓒ한희재 기자
◆‘삼중살’과 ‘삼중살타’는?

‘삼중살(Triple Play)’과 ‘삼중살타(Grounded Into Triple Play)’는 병살과 병살타의 관계와 같다고 보면 된다.

주자가 최소한 2명 이상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땅볼 타구에 3개의 아웃카운트가 동시에 올라가면 수비 측에 삼중살을 기록한다. 타자에게 삼중살타(Grounded into Triple Play·GITP)를 기록하게 된다(넓은 범위에서 병살과 병살타 기록 항목에도 집계된다).

그러나 직선타나 뜬공 때 주자의 주루사 또는 본헤드플레이 등이 겹쳐 한꺼번에 3명이 아웃되면 두 가지로 나눠 기록해야한다. 수비 쪽에는 삼중살을 기록하지만, 공격 쪽에는 삼중살타를 기록하지 않는다.

올해 KBO리그에서는 무려 4차례 삼중살과 3차례 삼중살타가 기록됐다. KBO리그 출범 후 올해까지 39시즌을 소화했는데 통산 삼중살은 총 76회, 삼중살타는 총 25회 나왔다. 대략 삼중살은 1년에 2차례 정도 볼 수 있지만 올해 유난히 많이 나왔다는 의미다. 삼중살타는 1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포스트시즌에서 어떨까. 삼중살은 총 3차례 발생했다.

최초의 사례는 2003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7회말 삼성 김한수 타석. 당시 무사 1·3루에서 김한수가 헛스윙 삼진을 당할 때 1루주자 양준혁이 런다운(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그 사이 3루주자 마해영이 무모하게 홈으로 쇄도하다 태그아웃됐다.

‘투구한 뒤부터 볼데드가 되거나 공이 투수의 손에 되돌아와 투수가 다음 투구자세에 들어갈 때까지의 사이에, 실책이나 미스플레이 없이 3명의 선수를 아웃시켰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트리플플레이(삼중살)’로 기록된 것이다. 이때 타자에게 ‘삼중살타’로는 기록되지 않는다.

2004년 한국시리즈 7차전 1회초 무사 1·2루. 삼성 양준혁이 현대 선발투수 정민태를 상대로 총알 같은 직선타를 날렸지만 1루수 이숭용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1아웃). 이숭용이 이어 1루를 밟고(2아웃), 다시 유격수에게 송구해 귀루하지 못한 2루주자까지 잡아냈다(3아웃).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삼중살’로 기록돼 있다. 역시 ‘삼중살타’는 아니다.

그리고 2018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2회초 무사 1·2루. 한화 김회성의 땅볼 타구는 넥센 김민성 쪽으로 갔고, 김민성이 3루를 밟고(1아웃), 2루로 던져 1루주자를 잡았다(2아웃). 이어 2루수 송성문이 1루수 박병호에게 던져 타자주자를 잡았다. 역대 포스트시즌 3호 ‘삼중살’이지만, 김회성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유일한 ‘삼중살타’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어떻게 보면 사실 삼중살과 삼중살타는 ‘행운’과 ‘비운’에 가깝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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