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달수. 제공ㅣ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의혹 이후 2년 9개월 만에 인터뷰에 나서며 그간의 이야기와 함께 개봉을 앞둔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오달수는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2018년 2월 일명 '미투'로 언급된 동료 배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내사 종결로 마무리됐으며, 이후 오달수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재기를 도모해왔다. '이웃사촌'은 2018년 촬영을 마쳤으나 오달수 사건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돼 2년 9개월 만에 대중에게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오달수는 이번 개봉과 함께 제작진의 요청을 받고 홍보 일정에 참여를 결정, 자연스럽게 공식석상에 나서며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제작발표회 당시 "한동안 거제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농사를 지으며 지냈다"던 그는 최근 서울로 거처를 옮기고 '이웃사촌' 홍보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 시작과 함께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을 보니, 거제도에서 농사 지었다고 말씀드렸었다"고 운을 뗀 오달수는 "텃밭에 해가 뜨기 전에 물을 줘여 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워낙 단순하게 살자고 마음 먹고 내려간 곳이라, 비가 오는 아침에 일어났을 땐 '비가 오네. 큰일 났다. 텃밭에 물을 못 주겠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순하게 살았다"고 그동안의 근황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 집이 노출돼 동네에 못 보던 사람들이 나타나고 카메라 삼각대도 세워지고 하니 아무래도 불편해 형님이 계신 거제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했었다"며 "2018년 2월 말 정도에 언론에 제가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초반에는 덤프 트럭에 치여서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서울에서 병원에도 두어번 방문했다. 기사 보셔서 아시겠지만 '술로 매일 보낸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병원 신세도 지게 되고, 그렇게 한 두어달은 서울에서 정신 좀 차렸다. 전혀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2년 9개월 만에 개봉하는 오달수 주연의 영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의 영화다. 오달수는 도청 타깃이 된 유력 대선주자인 정치인 이의식 역을 맡았다.

'미투'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는 '이웃사촌'의 후반부를 촬영하던 시점이었다. 오달수는 당시에 대해 "촬영할 때도 그랬다. 뉴스에서도 떠들썩할 때 '어디에 숨어있냐', '누구랑 같이 대책회의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봤다. 그 당시에 보조출연자만 약 200~300명 씩있었던 마포대교 장면, 유세 장면 등 큰 덩어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 전혀 신경을 못썼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께서도 '아무 문제 없어'라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게 힘이 되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도 솔직히 초반에 대책을 마련한다든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촬영 끝나고 서울에 올라와보니 정말 장난 아닌 여론이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그때서야 체감했다. 그 전에는 중요한 장면을 남겨놨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다른 데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 오달수. 제공ㅣ씨제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이웃사촌'을 관람한 오달수는 "감독님께서 영화를 주무를 시간이 많았는지 편집이 잘 됐고,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는 저 빼고 다 좋더라"며 "아무래도 감초 역할이나 주변 인물의 삶을 주로 연기하다가 야당 총재가 참 낯설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저 역시 낯설게 봤다. 그렇게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은 실제 사건인 '정치인 가택 연금'이나 묘사된 정황 등을 봤을 때 故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심지어는 시나리오 초고는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 있었기에 실존 인물 묘사라는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사투리를 모두 지우고 시나리오를 새로 썼다고 한다.

그는 "원래는 그 분에게 누가 될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다"며 "특정 인물이라고 콕 집어서 하게 되면 저도 굉장히 부담이 됐을 거다. 그 분을 자칫하면 더 욕되게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처음엔 웃고 넘기고 구체적인 거절 이유를 말씀 드리니 감독님이 '나만 믿고 따라와달라'고 해서 그 믿음으로 시작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오달수는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의 평가를 앞둔 기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떤 판단들을 내리실지, 또 이 변화된 사회에 저는 잘 몰랐지만 2018년에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덮치고 갔던 거 같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동등해진 굉장한 변혁의 물꼬가 튼 시기가 아닐까. 그 이후에 대중의 의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번 영화를 보면 알 것이다. 어떻게 변하고 얼만큼의 관용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런 걸 조금이나마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 오달수. 제공ㅣ씨제스엔터테인먼트

더불어 블라인드 시사회 등 개봉에 앞서 '이웃사촌'이 호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관객 분들이 느끼실 부담을 충분히 이해한다. 차츰 시간이 흘러 관객들과 소통을 해야할 것이다"라고 연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오달수는 "관객 분들을 상대로 블라인드 시사를 3번 정도 했다. 일단 제 문제를 떠나서 작품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다고 들었다고 들었다"며 "어쨌든 블라인드 시사의 반응들이 좋다고 하니 이환경 감독이 만나서 막걸리를 마시자고 하면서 여러 가지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었다. 아직까진 한 번도 일반 관객을 뵙진 못했다. 감독님은 '관객들이 많이 호응하고 있으니 서로 힘내자'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동안 제가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 죄스럽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천만요정이라는)희한한 별명, 아름다운 별칭까지 지어주셨는데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작품이 좋으니까 작품은 작품으로 대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1.5단계 격상이 됐는데, 극장에서 코로나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이 엄중한 시대에 극장을 꼭 찾아달라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웃사촌'은 11월 25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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