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에 실점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원두재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공격 다양성 확보는 분명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핵심 자원이 빠지면 상당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두 경기였다.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치른 멕시코(2-3 패), 카타르(2-1 승)와 두 번의 평가전을 1승1패로 끝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전 이후 원정 평가전은 1년 만이었다. 유럽파를 포함한 해외파와 국내파가 섞여 치른 경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손흥민(28, 토트넘 홋스퍼)-황의조(28, 지롱댕 보르도)-이재성(28, 홀슈타인 킬) 조합이나 황희찬(24, 라이프치히), 남태희(29, 알 사드) 등 공격진은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강인(19, 발렌시아CF)도 적은 시간이지만, 탈압박의 진수와 패싱력을 과시했다.

반면, 수비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실전이었지만, 흔들림의 세기가 '강'에 가까웠다. 

물론 유럽 원정 시작 전부터 대표팀 구성은 쉽지 않았다. 주전 중앙 수비수였던 김민재(24, 베이징 궈안), 김영권(30, 감바 오사카), 박지수(26,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구단의 차출 거부로 빠졌다.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30, 울산 현대)은 부상, 김진수(28, 알 나스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합류 전 제외, 이주용(28, 전북 현대)가 나섰다. 오른쪽 측면도 이용(34, 전북 현대)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문환(25, 부산 아이파크)도 멕시코전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으로 숙소에서 격리, 김태환(31, 울산 현대)이 에너지를 태웠고 윤종규(22, FC서울)가 좌우를 오갔다.

정상적으로 조직되지 않았던 수비는 변형을 낳았다. 벤투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플렛3 수비진을 가동했다. 권경원(28, 상주 상무)-정우영(31, 알 사드)-원두재(23, 울산 현대)로 이르빙 로사노(25, 나폴리)-라울 히메네스(29, 울버햄턴)-헤수스 코로나(27, FC포르투)를 상대했다.

▲ 카타르전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윤종규(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카타르전에서는 플렛4로 돌아와 권경원-원두재가 중앙 수비수로 호흡하고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벤투 감독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전반 초반부터 압박에 고전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하는 빌드업에 너무 집중하다 볼을 차단당하는 실수를 계속 반복했다. 간수하기 무섭게 뺏기거나 의미 없는 백패스가 계속 나왔다. 

의아했던 것은 정우영이나 권경원이 전문 중앙 수비수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자원이라는 점이다. 멀티플레이어 능력이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활용을 위해 선발했던 전문 중앙수비수 정승현(26, 울산 현대)이나 정태욱(23, 대구FC)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의문이다.

오히려 원두재에게 두 경기 선발 기회를 줬지만, 그가 소속팀이나 올림픽 대표팀에서 장점을 보였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수비수로 배치해 어려움을 안겼다. 187cm의 장신인 원두재는 세트피스 수비나 공중볼 경합에서 자주 상대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도 여럿 있었다. 원두재를 대표팀에서 은퇴한 기성용(31, FC서울)의 20대 초반처럼 대범하게 활용하려 했다면 주목하기에 충분하지만, 몸에 맞는 옷을 입었는지는 의문이다.

힘겹게 2연전을 마친 대표팀은 내년 3월 재개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맞춰 소집된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벤투 감독이 구상했던 수비는 그림 그대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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